설정액 상위 10개 펀드 중 7개, 3년 적립식 투자 수익률 마이너스…하락장서 거치식보다 방어력도 ↓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국내 주식형펀드에 투자할 때 적립식 투자 수익률이 적금 이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회사와 은행 등 금융회사는 매달 일정 금액을 펀드에 꾸준히 불입하면 적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광고했지만 실제 나타난 성적표는 금융회사의 광고와는 달랐다.
7일 아시아경제가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운용 설정액 규모 상위 10개의 국내 주식형펀드에 매달 50만원씩 3년동안 적립식으로 투자했을 때 수익률을 추산해 본 결과 평균 수익률은 -5.18%로 집계됐다.
월 50만원씩 적금을 3년 부었을 때는 1834만6875원을 손에 쥘 수 있지만 같은 조건으로 적립식 펀드에 투자했을 때는 약 128만원 적은 1706만7600원 밖에 건질 수 없는 셈이다.
운용 설정액 상위 10개 펀드 중 7개 펀드의 3년 적립식 투자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펀드조차도 3년 적립식으로 투자했을 경우 원금을 지키지 못했다는 의미다.
코스피가 지난 2013년 11월1일 2039.42에서 올해 11월3일 1983.80으로 3년동안 오히려 2.72% 하락하는 동안 적립식 펀드의 수익률은 거치식 펀드 대비 낮았다.
운용 설정액 규모 상위 10개의 국내 주식형펀드에 적립식 투자시 3년 평균 수익률은 -5.18%로 거치식 투자 수익률 -1.99%에 크게 뒤쳐졌다.
운용 설정액 2조9550억원으로 국내 주식형펀드 규모 1위인 '신영밸류고배당' 펀드는 3년동안 코스피가 2.72% 내릴 때 거치식 투자시 16.79%의 수익률을 달성했지만 적립식 투자시에는 수익률이 4.14%에 그쳤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 펀드도 3년 거치식 투자 수익률이 10.66%로 3년 적립식 투자 수익률 5.6%보다 높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적립식 펀드는 평균 단가를 낮춰 증시가 올라갈 때 수익을 내고 하락할 때 방어력을 높이는 방식인데 박스권에 갖혀 있는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이 방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립식 펀드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판매 비중도 감소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말 기준 적립식 펀드 규모는 전체 판매 규모의 20.87%(판매잔고 44조5455억원)를 차지해 3년 전 28.34%(50조4518억원)보다 줄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몇년간 박스권을 오가는 장세에서는 오히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미국 금리인상 우려 등 국내 증시가 급락하는 시점을 잘 파악해 목돈을 거치식으로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박스피' 장세에서는 증시 하락 이벤트가 발생할 때 투자금을 나눠 3~4차례에 걸쳐 펀드에 거치식으로 투자해 저점매수하는 게 중요하다"며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려면 최근 몇년간 성과를 꼼꼼히 살펴본 후 수익률이 검증된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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