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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파일'의 오방낭, 대통령 취임식때도 쓰였던 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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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부터 굿판? - '희망 열리는 나무'로 등장…귀신 물리치고 사람 돕는다는 주술적인 물건

지난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등장했던 오방낭(사진=연합뉴스)

지난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등장했던 오방낭(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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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태블릿PC에서 등장한 '오방낭(五方囊)'은 단순한 주머니가 아니라 음양오행설에 기반해 '우주의 기운'을 상징하는 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방낭은 지난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당시 최순실 씨가 직접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희망이 열리는 나무' 제막식 행사에서 등장했다. 이 행사에서는 초대형 오방낭이 개봉되면서 가지마다 오방낭을 달고 있는 나무가 등장했다.
오방낭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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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방낭은 오방색(五方色)으로 장식한 주머니를 뜻한다. 여기서 오방색은 오행사상을 상징하는 색이다. 흑(黑), 백(白), 청(靑), 홍(紅), 황(黃)의 다섯가지 색을 뜻하며 각각 흑은 북쪽이며 물(水), 백은 서쪽이며 금(金), 청은 동쪽이며 나무(木), 홍은 남쪽이며 불(火), 황은 중앙이며 흙(土)을 의미한다. 이렇게 5개의 방위를 상징하기 때문에 오방색으로 불렸다.

중국의 지배자인 황제가 전통적으로 노란 옷을 입고 노란 기와집을 지었던 이유도 천하의 중앙에 위치해있다는 이 오행사상에 의거한 것이다. 오방색은 색상학적으로도 물체의 3원색인 빨강, 노랑, 파랑에 이 셋을 섞으면 나오는 검은색, 마지막으로 빛의 3원색을 합치면 나오는 백색까지 더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우주 만물을 상징하는 색이 됐다고 한다.

이 오행 사상은 오방떡, 오색저고리, 오곡밥 등 민간 풍속에도 깊숙이 전래됐고 서울의 4대문 이름에도 영향을 끼쳤다. 일례로 서울 남대문의 원 이름인 숭례문(崇禮門)은 오방색 중 홍과 연결되는 '예(禮)'자가 들어갔다. 이는 또한 불을 뜻했기 때문에 화재가 일어날지 말라고 그 기운을 억제하고자 숭례문의 현판은 세로로 걸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유교에서 사람이 항상 지켜며 살아야하는 오상(五常)인 인(仁), 의(義), 예(禮), 지(知), 신(信)도 오방색과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인은 동쪽이며 청색, 의는 서쪽이며 백색, 예는 남쪽이며 홍색, 지는 북쪽이며 검은색, 신은 중앙이며 노란색이다. 우주의 기운을 모은 이런 오방 배치가 사람의 기운을 돕는다는 주술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주역, 사주팔자 등 한자 문명권 내 운명학에 기반한 주술들은 대부분 이 오행사상이 들어가있으며 예로부터 종교적 의미로도 많이 사용돼왔다.

그래서 오방낭은 예로부터 부적으로 많이 쓰여 궁중에서 가례시에 많이 사용되었으며, 종친들이나 나인들에게 하사했다. 특히, 정월 첫날 볶은콩 한 알씩을 종이 봉지에 싸서 넣은 오방낭을 왕실 종친들에게 보내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은 일년 내내 귀신을 물리치고 복이 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대통령 취임식에 나온 오방낭이 주술적 의미가 많았을 것이라 추정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예전부터 '우주', '혼', '기운' 등 동양의 주술적 의미의 단어들을 자주 언급해왔고 부친인 최태민 목사의 영향을 받은 최순실씨가 이러한 전통적인 음양오행설에 기반한 오방낭을 주술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공예가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등장한 오방낭은 색의 위치가 틀렸다는 주장도 제기됐었다고 한다. 색상의 위치가 틀린 오방낭은 상생이 아닌 상극을 뜻하게 돼 오히려 좋지 않은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취임식 당시에도 비판이 많았다고 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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