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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공룡학자들이 몽골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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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성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전시교육팀장

백두성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전시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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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입학할 무렵 필자는 우연히 한 편의 소설을 읽게 되었다. 소설의 제목은 ‘쥬라기 공원’. 많은 사람들이 영화로 알고 있지만 원작은 소설이다.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은 의사출신으로 의학 관련 소설로 시작해서 많은 과학소설을 쓴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을 읽으면서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이 머릿속에서 영상을 떠올리게 되는 작품이었고 몇 년 후 정말 영화가 제작되었다. 두 권짜리 소설을 하룻밤 만에 읽고 벅찬 가슴에 소설의 주인공처럼 고생물학 교수인 당시 지도교수님께 선물해드렸던 기억이 난다. 교수님께서는 그다지 재미있게 읽으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격인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이겠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공룡은 아마도 벨로키랍토르일 것이다. 사람과 비슷한 크기이지만 포악하고 떼를 지어 사냥하는 포식자. 이 공룡이 살았던 곳은 미국이 아니라 몽골의 고비사막이다. 고비사막은 글자그대로 공룡뼈가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이 발견되는 곳이어서 전 세계의 많은 공룡학자들이 발굴을 위해 찾아가는 곳이다.
미국의 로완대학교 고생물학 교수인 케네스 라코바라(Kenneth Lacovara) 박사의 표현에 의하면 공룡을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첫 번째, 중생대의 암석을 찾아라. 두 번째, 그 암석은 퇴적암이어야 한다. 세 번째, 지층이 자연적으로 노출되어야 한다. 이런 지역을 열심히 조사하다 보면 공룡을 발견할 확률이 높다. 필자는 여기에 하나를 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 번째, 많은 ‘눈’을 동원해라. 연구하는 것은 고생물학자의 몫이지만 발견하는 것은 약간만 훈련하면 비전공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산하 지질박물관에서는 여러 해 동안 고비사막에서 공룡발굴 탐사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비전공자도 참여할 수 있는 ‘고비 공룡 서포터’를 운영하고 있다. 미생물화석인 유공충을 전공한 필자도 올 여름에 서포터로 참가하여 공룡을 직접 발굴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한국의 지질박물관-서울대학교 연구팀은 물론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 일본의 홋카이도대학교 연구팀과 몽골고생물학센터의 연구팀까지 세 나라의 연구자 및 서포터 30여명이 함께 공룡을 발굴하기 위해 사막을 돌아다녔고, 그 결과 발굴된 공룡뼈와 공룡알은 몽골고생물학센터로 옮겨져 보관되었다. 이곳에서 공룡화석을 보존처리하고 연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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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공룡학자들이 몽골로 간 까닭은 거기에 공룡이 있기 때문이지만 몽골의 경제사정으로는 공룡연구를 독자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비 공룡 서포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내는 참가비에는 항공료와 현지 체재비도 들어가지만 몽골고생물학센터 운영 지원금도 포함된다. 1970년대에 일본의 지원으로 지어진 몽골고생물학센터 건물은 화석을 처리하는 시설의 보수가 시급하지만 엄두를 못내는 실정이다. 바로 옆에 위치한 몽골의 국립자연사박물관은 인구 300만 명의 몽골에서 연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오는 인기 있는 박물관이지만 낡은 건물이라 안전문제 때문에 몇 년째 폐관상태였다. 마침 지난 7월 한-몽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몽골에 국립자연사박물관을 건립해주기로 하여 몽골의 입장에서는 매우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성장하여 이제 몽골의 자연과 문화를 보존하는 박물관을 지어주게 되었으니 우리나라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더 높아지게 될 것이다. 박물관이 건립되면 한국의 자연사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한국과 몽골의 연구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가교가 될 것이며, 건립과정이 우리나라의 국립자연사박물관이 건립되는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화석전공자로서 자연사박물관에서 일하며 공룡을 전시하고는 있지만 직접 공룡발굴에 참여해 본 경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벅찬 일이었다. 전공자로서도 그럴진대 비전공자들의 경우라면 자연을 책에서 읽거나 멋진 다큐멘터리를 보며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야외조사를 하거나 생태관찰을 통하여 직접 ‘경험’하게 된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그리고 인간을 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에서 퇴적암 지층에서 ‘이상하게 생긴 것’ 발견하시게 되는 분 있으면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연락하시라.

백두성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전시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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