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주인공격인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이겠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공룡은 아마도 벨로키랍토르일 것이다. 사람과 비슷한 크기이지만 포악하고 떼를 지어 사냥하는 포식자. 이 공룡이 살았던 곳은 미국이 아니라 몽골의 고비사막이다. 고비사막은 글자그대로 공룡뼈가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이 발견되는 곳이어서 전 세계의 많은 공룡학자들이 발굴을 위해 찾아가는 곳이다.
전 세계의 공룡학자들이 몽골로 간 까닭은 거기에 공룡이 있기 때문이지만 몽골의 경제사정으로는 공룡연구를 독자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비 공룡 서포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내는 참가비에는 항공료와 현지 체재비도 들어가지만 몽골고생물학센터 운영 지원금도 포함된다. 1970년대에 일본의 지원으로 지어진 몽골고생물학센터 건물은 화석을 처리하는 시설의 보수가 시급하지만 엄두를 못내는 실정이다. 바로 옆에 위치한 몽골의 국립자연사박물관은 인구 300만 명의 몽골에서 연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오는 인기 있는 박물관이지만 낡은 건물이라 안전문제 때문에 몇 년째 폐관상태였다. 마침 지난 7월 한-몽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몽골에 국립자연사박물관을 건립해주기로 하여 몽골의 입장에서는 매우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성장하여 이제 몽골의 자연과 문화를 보존하는 박물관을 지어주게 되었으니 우리나라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더 높아지게 될 것이다. 박물관이 건립되면 한국의 자연사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한국과 몽골의 연구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가교가 될 것이며, 건립과정이 우리나라의 국립자연사박물관이 건립되는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화석전공자로서 자연사박물관에서 일하며 공룡을 전시하고는 있지만 직접 공룡발굴에 참여해 본 경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벅찬 일이었다. 전공자로서도 그럴진대 비전공자들의 경우라면 자연을 책에서 읽거나 멋진 다큐멘터리를 보며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야외조사를 하거나 생태관찰을 통하여 직접 ‘경험’하게 된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그리고 인간을 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지 않을까?
백두성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전시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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