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옥바라지' 없도록…서울시 정비구역 문화유산 전수조사

250여곳 생활문화유산 용역…'재개발 가이드라인'도 보완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서울시가 '제2의 옥바라지 사태'를 막기 위해 250여개에 달하는 정비구역을 전수조사한다. 알려지지 않은 생활문화유산을 찾아 '개발과 보존'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역사ㆍ생활문화 유산 등 전수조사' 용역을 이달 초 발주했다며 뉴타운,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예정)구역에서 유무형의 생활ㆍ문화유산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자연환경이나 토지, 건축물, 교통시설 등은 물론 지역내에서 구전되는 이야기들을 찾아 데이터베이스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개발과정에서 가치있는 문화유산들을 알지 못해 기본계획에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생활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들까지 옛기록이나 주민들의 구술자료, 사진 자료등을 전수조사해 흔적을 찾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대상지는 서울시내 정비(예정)구역 중 관리처분계획 인가전인 사업지 242곳. 현재 직권해제가 추진 중인 것을 고려하면 250여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사업시행인가가 아직 나지 않은 곳에서 생활문화유산을 찾아 주민들과 협의를 진행한 뒤 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내달 용역계약을 체결하면, 1년간 전수조사가 진행된다. 용역규모는 약 3억원 수준이다.

시가 이처럼 대대적인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건 무악2구역 재개발 사업과 같은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뒤늦게 '옥바라지 골목'의 가치가 조명되면서 주민간 갈등을 빚고 사업추진에도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문화재로 등록된 유산의 경우엔 인근에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들어설 경우 높이(용적률)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일례로 마포 용강2구역의 경우 같은 구역내에 있던 한옥을 건너편으로 이축해 아파트를 시공했다.

정비구역에 대한 생활문화유산 전수조사가 마무리 되면 시는 유형별로 유형별로 보존 방안을 논의하고 '뉴타운ㆍ재개발 정비사업 역사유산 남기기'의 가이드라인을 보완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무악2구역의 사례처럼 이미 사업 진도가 나간 상황에서 역사문화 유산을 보존해야 한단 주장이 나오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문화재가 아닌 경우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모르고 지나가는 일이 없도록 전체적으로 조사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