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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축제는 계속된다

최종수정 2020.02.12 11:38 기사입력 2016.10.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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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했다.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 중단 외압 논란을 계기로 영화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순수 민간 주최로 열렸다. 영화제는 홀로서기를 했지만 협찬이 축소되고(김영란법도 한몫했다) 상영극장 수도 줄었다. 게다가 예상하지 못한 태풍까지 겹쳐 난리를 치렀으나 빠른 속도로 복구가 진행되었고 축제는 계속되고 있다.

영화제의 전통과 세계적인 유명세로만 본다면 칸과 베니스, 베를린을 꼽지만 열기로만 친다면 부산이 가장 뜨거울 것이다. 온라인 예매가 시작되면 화제작들은 1분 만에 매진되고 티켓을 구하지 못한 관객은 상영 당일 현장에서만 판매하는 티켓을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선다. 해운대 바닷가에서 술을 마시다가 우연히 감독과 스태프를 만나고, 표를 잘못 사서 다시 팔거나 다른 영화로 교환하고 싶을 때 이를 대신해주고 그 결과를 문자로 알려주기까지 하는 자원봉사자가 칸과 베니스에도 있을까.
세계 3대 영화제(이것은 마치 에릭 클랩턴, 지미 페이지, 제프 벡이 세계 3대 기타리스트라고 철석같이 믿는 것과 같은 것이다)라고 불리는 칸과 베니스, 베를린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은 단숨에 세계적인 감독이 되고 수상작은 그 나라의 대표적인 문화 상품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한국 영화가 서구 영화제에서 빈손으로 돌아오면 언론과 평론가들은 조급해하고 포스트 박찬욱, 김기덕, 홍상수, 봉준호를 찾는 데 급급해진다.

그러나 수상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면? 100m 달리기는 1000분의 1초까지 측정하여 결과를 받아들이게 만든다. 축구는 승부가 나지 않으면 연장전을 벌이고 승부차기로 기어이 승패를 결정 내고야 말지만 영화는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고 승패를 결정하는 것일까. 수상자 발표가 마치 바보선언과도 같은 아카데미는 말할 것도 없고 칸과 베니스도 역대 수상작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부지기수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일부 경쟁부문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비경쟁 영화제이다. 21년 동안 변방에서 서성이는 영화를 중심으로 끌어들이고 거장들을 회고하며 세계 영화의 새로운 경향을 소개했다. 특히 아시아영화가 1990년대부터 세계 영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국내 영화 애호가들은 부산국제영화제 덕분에 이란, 태국, 인도네시아,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의 영화(지금 이 순간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떠올리면 좀 곤란하다)를 스크린으로 볼 수 있었다.
물론 부산국제영화제도 오류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언제나 영화제의 중심이었던 아시아영화에서 '발견'은 없고 '확인'만 반복되기도 하며,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는 실망스러운 작품들이 많았다. 한국영화 회고전은 구색 맞추기 식으로 구성한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국제영화제를 21번씩이나 직접 찾는 이유는 새로운 영화를 만나고 영화를 통해 세상을 사유하는 방식을 새롭게 배우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매긴 엉터리 별점 대신 자신만의 필견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영화의 친구들과 눈빛을 교환하며 오천만이 사는 나라에서 천만 관객이 몰렸다고 열광할 때 백 명이 모여서 새로운 영화를 찾아내고 지지하기 위해 '우리들의 영화제'를 찾는 것이다.

엔드크레딧 - 방부제 미모 강수연 집행위원장, 돌아온 대부 김동호 영화제이사장, 영화 스승 허우 샤오시엔, 거장의 풍모를 더해가는 구로사와 기요시, 아프리카 영화의 파수꾼 슐레이만 시세, 의외로 잘 생긴 이상일, 아버지의 영화와 함께 시를 소개한 아흐마드 키아로스타미, INDEPE(N)DENT 김의성, 반전 매력 '드레소담' 박소담 그리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


임훈구 편집부장 stoo4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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