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전 제품 생산과정을 점검하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진노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안 치약 11종 원료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극미량 포함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를 보고받은 직후다.
하지만 최악의 사태가 터졌다. 가뜩이나 옥시 사태 이후 생활용품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메디안 치약 11종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들어갔다는 치명적인 결과가 나온 것. 서 회장은 사태 진화부터 나섰다. 지난 26일 임원들을 긴급 소집해 "고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대안을 마련하고 모든 제품에 대해 원료관리를 비롯한 생산 전 과정을 철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ㆍ메칠이소치아졸리논(CMITㆍMIT) 성분이 들어간 메디안 제품에 대한 회수를 결정했고,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와 협의를 통해 24시간 만에 관련 제품을 모두 철수시켰다.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교환ㆍ환불도 바로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브랜드가 늘어나고 제품 수가 급증하면서 화장품 제조업자생산(ODM)ㆍ주문자생산(OEM) 기업 및 협력업체에서 제조하는 제품에 대한 컨트롤이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제조업자가 관련 내용을 의도적으로 조작하거나 숨긴다면 수십만 개 제품 하나하나를 직접 시험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협력업체의 실수라고 해도 제조판매업자가 제조를 관리해야 할 의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이 같은 점을 의식해 "안전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원료 매입 단계부터 철저히 관리했어야 함에도 부적절한 원료를 사용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