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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장기 출장 삼성맨의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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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민 국제부장

백종민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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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작은 아이의 인라인 스케이트 강습을 위해 용인 수지 체육공원을 찾았다. 분주하게 강습을 준비하는 아이들과 부모들 사이에서 한 어머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빠가 추석부터 계속 미국 출장이라 엄마가 너무 힘들어. 말 좀 들어라." 엄마의 희망은 희망일 뿐. 아이는 여전히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는 대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눈을 부라리며 빨리 오라는 신호를 보내는 강사의 눈초리에 어머니의 마음은 타들어 간다.

아마도 이 어머니는 학교 재량 휴업일까지 겹친 7일간의 추석 연휴에 이어 지난 한 주 동안도 아이를 홀로 챙겼을 게다. 지칠 만도 하다. 남들은 일주일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우고 가족끼리 함께하는 여유를 즐겼겠지만 이 어머니는 시댁과 친정을 오가며 이리저리 시달리고 아이의 장난기를 받아주느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닌 얼굴이었다.
옆에서 한 아버지가 거든다. "그래도 출장비는 두둑 하게 받겠네요." 아이의 어머니는 시큰둥하다. 돈 보다는 회사 일이 빨리 끝나 아이 아버지가 어서 돌아왔으면 하는 눈치였다.

대체 어느 회사이길래 황금 추석연휴에 직원을 미국으로 출장 보낸 걸까. 두 사람의 대화에서 어느 회사인지 예상이 됐다. 수원과 기흥 동탄에 사업장을 둔 삼성전자의 직원일 게다. 기자의 예상이 맞다면 출장간 아이의 아버지는 이 지역에 위치한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가전, TV 등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부문 중에서도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 소속 직원일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팔린 100만대의 갤럭시노트7 리콜 작업을 위해 추석연휴도 반납했을 게다.

수원 영통, 용인 기흥 수지, 화성 동탄은 삼성전자 직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연초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뜻에 따라 강남 서초사옥에 있던 삼성전자 본사 인력이 영통으로 이전해 왔다. 자연히 이 지역 많은 어머니들이 장기 출장 간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비슷한 고충을 겪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문득 아이의 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남편께서는 지금 작게는 삼성과 애플, 크게는 한국과 미국의 스마트폰 전쟁 '전사'로 전장에 나간 거라고. 전 세계 언론이 남편분의 일에 주목하고 있다고. 아이 아버지의 땀방울에 한국 전자산업의 사활이 걸려있으니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그리고 다행히 일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그래서 남편분과 당신에게 감사하다고. 물론 생각대로 말을 하지는 못했다. 그저 마음속으로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해외언론에 등장한 한국기업의 뉴스 중 이번 갤럭시노트7 리콜 건은 그 의미나 비중이 남달랐다. 그만큼 해외 언론과 산업계도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스마트폰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그들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행스럽게도 순조롭게 리콜이 진행되고 있다는 해외언론의 평에 마음이 놓인다. 다음 강습 때 아이의 아빠에게 수고하셨다는 인사라도 건네야겠다.

백종민 국제부장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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