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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땅에 남의 묘, 재산권 침해돼도 권리 인정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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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원합의체, 분묘기지권 인정 여부 공개변론
결론 따라 토지이용 권리관계ㆍ장묘문화 등 영향 클 듯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다른 사람의 땅에 분묘를 조성했더라도 일정 기간 이상 관리ㆍ유지해왔다면 계속 사용 권리가 인정되는 '분묘기지권' 폐지 여부를 두고 찬반 양측이 법원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서울 서초동 청사 대법정에서 강원도 원주일대 임야 소유자인 A(79)씨가 이 임야에 분묘를 설치한 B(63)씨 등을 상대로 낸 분묘철거소송 상고심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 소부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거나 중요사건, 과거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열린다. 이번 사건은 분묘를 둘러싼 토지이용 권리관계, 장묘문화 등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임야 소유자인 A씨는 2011년 B씨 등이 자신의 땅에 허락 없이 분묘를 설치했다며 소송을 냈다. 1ㆍ2심 법원은 이 땅에 있는 6기의 분묘 가운데 5기는 분묘기지권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나머지 1기는 철거하라고 판결했다.
분묘기지권은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분묘를 설치하거나 승낙이 없더라도 20년간 평온ㆍ공연하게 분묘를 점유한 경우, 자기 소유의 토지위에 분묘를 설치한 후 그 분묘기지에 대한 소유권을 유보하거나 분묘 이전에 대한 약속 없이 토지를 처분한 경우 인정한다.

이 재판에서는 두 번째 경우인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문제가 됐다.

원고 측 참고인으로 참석한 오시영 숭실대(국제법무학과) 교수는 역사 자료를 근거로 "조선시대에는 분묘분쟁이 비일비재할 정도로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일제시대에도 취득시효라는 개념이 없었다"며 "분묘방법에 대한 인식 변화, 매장 선호도에 대한 감소 등을 고려해 볼 때 현재에도 분묘기지권의 관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회적 변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피고 측 참고인 이진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선고등법원은 1927년 3월 8일 '타인의 토지에 그 승낙을 얻지 않고 분묘를 설치한 자라 하더라도 20년 간 평온ㆍ공연하게 분묘의 기지를 점유한 때에는 시효에 의해 타인의 토지에 대해 지상권에 유사한 일종의 물권을 취득하고, 증명 또는 등기가 없더라도 누구에게라도 이를 대항할 수 있는 것이 조선의 관습이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라 반박했다.

내 땅에 남의 묘, 재산권 침해돼도 권리 인정해야 할까? 원본보기 아이콘

2001년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로 분묘기지권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이 수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개변론에서는 토지 소유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인정돼서는 안된다는 원고 소송대리인과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전체 법체계에 어긋나지 않고 관습에 대한 국민들의 법적 확신에 큰 변화가 없다는 피고 소송대리인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원고의 소송대리인인 최종갑 변호사는 "토지 소유자가 아무런 보상도 없이 사실상 무기한에 이르는 소유권 제한을 받아들어야 하는 것에 오래 전부터 수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장묘문화가 화장 등의 방식으로 거의 대부분 변화된 현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분묘의 관념적 특수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 소송대리인 조홍준 변호사는 "최근의 높은 화장률은 국민들이 경제적 사정으로 매장할 토지를 구하지 못하거나 국가의 시책에 따른 것이지 분묘기지권이라는 관습에 대한 인식전환이 있기 때문은 아니다"라며 "분묘기지권이 인정되지 않으면, 전국적인 분묘철거소송과 이장, 화장 및 봉안 등의 문제로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갈등과 엄청난 경제적 부담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공개변론의 내용과 사건 기록 등을 토대로 전원합의체의 합의 절차를 거쳐 조만간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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