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추석귀성 나서는 기자와 '9.12지진'…방진 정책의 대전환 필요할 때다
첫 마디가 "괜찮으세요? 별 일 없으세요?"였습니다.
"괘안타. 쿠웅 컷디마는(하더니만) 좀 떨리더라."
"아이고, 얼마나 그러셨어요?"
"두 번 그라더니 잠잠해지더라."
"많이 놀라셨겠네요."
"테레비에도 나오고 그라더라."
"예. 큰 지진이었대요. 어머니, 저희 곧 내려갈게요."
경주에는 방사능폐기물 처분시설과 5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세계 최대 규모'로 밀집해 있기에, 단순한 지진 피해도 무섭지만 추가적인 재앙도 몹시 걱정되는 곳이죠. 최근 4년 동안 310차례의 지진이 있었다는 연구기록(한국 지구물리 및 물리탐사학회 계간지 논문)도 있습니다. 문화재도 흔들렸습니다. 불국사 대웅전 지붕과 오릉 담장의 기와가 떨어지고 석굴암 진입로엔 돌이 굴러 떨어졌지요.
사실 경주에는 신라시대인 777년과 779년, 큰 지진이 났습니다. 삼국사기 증보문헌비고의 혜공왕 때 기록을 보면 779년 3월 큰 지진으로 100여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땅이 갈라지고 물이 솟아나면서 서라벌(경주)의 집들도 많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2년전 두 차례 지진이 났을 때, 신하들은 또다른 강진이 올 수 있으니 왕에게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고 합니다. 황상일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신라 지진의 규모가 7.0 정도 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두 달 쯤 전인 지난 7월5일 울산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한반도의 지진 역사와 관련한 카드뉴스를 제작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지진의 사이클과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경주-울산-부산 지역의 지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1300여년전 경주지진의 참상을 거론하며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지요. 이번 경주지진으로 그 카드뉴스가 새삼 관심을 받으면서 포스트에 독자들의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네요.
http://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4600668&memberNo=11466887&clipNo=2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070611004104987
마치 '예언가'가 된 듯한 머쓱한 기분이지만, 문제의 핵심은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니, 방진 정책이 더욱 강화되고 원전처럼 지진으로 치명적인 추가 재앙을 낳을 수 있는 시설들에 대한 국가 정책의 원칙들을 재고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국민의 '죽음'을 담보로, 나라의 정책을 설계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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