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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집 사도 괜찮을까요?"

최종수정 2016.09.16 08:30 기사입력 2016.09.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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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거주하고 있는 기자의 솔직한 이야기

세종시 곳곳에는 아파트들이 빠른 속도로 들어서고 있다.

세종시 곳곳에는 아파트들이 빠른 속도로 들어서고 있다.

세종시 신청사 전경

세종시 신청사 전경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세종시에 아파트 사면 괜찮을까요?"

세종시, 정확히 말하면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산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이 질문을 하는 주변 사람들이 많았다. 세종시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경제신문 기자라는 이유로, 아니면 그냥 습관적으로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부동산 담당기자가 아닌데도 말이다. 나의 대답은 항상 "글쎄요"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불편하다. 당장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은 참을 수 있다. 영화관은 얼마 전에서야 생겼다. 백화점, 종합병원을 갈라치면 대전까지 나가야 한다. 많은 세종 주민들은 주말을 이용해 서울로 쇼핑을 간다. 이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좋아질 부분이다.

더 불편한 것이 있다. 앞으로 늘어날 인구에 비해 도로, 주차장이 비상식적으로 좁다. 이미 기반시설이 갖춰져 가고 있는데 정부청사와 세종시청 등 핵심시설을 둘러싼 도로는 웬만하지 못하다.

세종시가 자랑하는 간선급행버스(BRT) 전용도로가 도로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차들은 모두 왕복 4차로(편도 2차로)를 이용해야 한다. 벌써 출퇴근 시간대에 주요 도로는 차량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상습 정체구역에서는 일부 차량 운전자들이 우회도로를 이용해 돌아가기도 한다. 그나마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아직은 눈에 띄는 정체는 없지만 앞으로 속속 들어설 아파트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주차문제는 좀더 심각하다. 넓은 정부청사는 늘 주차난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인근 상가는 더욱 심각하다. 한 번 들어가면 주차할 공간을 찾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차를 돌려서 나오기도 힘들 만큼 주차장은 협소하다. 21세기 만든 신도시가 왜 이 모양일까 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든다.
세종시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

세종시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


KTX를 타려면 오송역까지 20km 가량 나가야 한다. 그만큼 접근성이 나쁘다. 아파트에서 차를 몰고 BRT 정류장 인근에 주차를 한 뒤, 버스를 타고 오송역으로 나간다. 대략 40분을 잡아야 한다. 아니면 승용차로 20여분을 달려 오송역으로 갈 수 있다. 오송역 주차장은 24시간에 4500~5500원 요금을 받는다. 1박2일로 서울을 다녀오면 1만원 가량 주차요금이 나온다.

KTX로 서울역까지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요금은 일반 1만8500원. 세종시외버스터미널이나 세종청사에서 강남 고속버스터미널까지는 1시간40분~2시간이 걸린다. 우등 고속버스 요금은 1만원이다. 기차를 타든 버스를 타든 2시간은 족히 잡아야 하고, 요금도 만만치 않다. 세종시를 처음 만들 때 충청지역 여론에 떠밀려 서울에서 출퇴근하기 어렵도록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세종청사 인근에 KTX 정차역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왕왕 나온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 등 우여곡절 끝에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라는 컨셉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 3년이 넘게 흘렀고 올해부터 2020년까지 행복도시 조성 2단계 사업이 진행된다. 국무조정실이 최근 실시한 주민만족도 조사에서 교통과 의료시설 확충이 가장 시급하다는 의견이 각각 28.8%, 20.4%로 가장 많았다. 고등학교 교육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7점 만점에 3.35점으로 가장 낮았다.

무엇보다 기업과 대학이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을 꺼린다. 가장 큰 문제는 다른 도시에 비해 이렇다 할 인센티브가 없다는 점이다. 기업과 우수대학 유치를 위해 값싼 용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정부도 이런 방향으로 향후 세종시 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파격적인 혜택을 주기는 어렵다.

세종시 음식값은 서울 강남이나 여의도와 맞먹는다. 상가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땅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세종시에 공급되는 상가보다 소비자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반대다. 곳곳에는 텅빈 빌딩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고급 음식점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

그래도, 세종시는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의 A국장은 "세계적으로 봐도 세종시만큼 빠른 시간에 이만큼 성장한 도시는 없다"며 "많은 과제가 있지만 앞으로도 보다 나은 도시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자는 말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2012년 9만2000명이었던 세종시 인구는 올해 7월말 기준으로 23만5000명으로 늘어났다.

"세종시 정말 살기 좋죠. 저도 세종을 제2의 고향으로 뿌리를 내리고 싶어요"라는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러기를 바라지만, 아직까진 여전히 "글쎄"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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