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나는 후배들에게 어떤 길을 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잘 되길 응원할 뿐이다. 오늘을 충실하게 살다보면 돌아가더라도 갈 수 있는 방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 차승원(46)은 스스로를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일보다 일상을 탈 없이 보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의 사고방식과 행동은 고산자(古山子) 김정호(金正浩·1804~1866 추정)의 생애와 접점이 있다.
7일 개봉한 ‘고산자: 대동여지도’ 역시 그에겐 큰 도전이었다.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2015~2016)’를 통해 편안한 이미지를 보여줬지만, 이번엔 진중한 역을 맡았다. 역사 속 실존인물과 추구하는 가치가 충돌했지만, 한 발 한 발 직접 발을 딛으며 간극을 좁혀 나갔다.
차승원은 “배우가 이해 못하는 부분도 더러 있다. 범접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위인인 만큼 평범한 삶을 살지 못했을 것이다. 가족보다 오로지 지도 제작이라는 일념 하에 평생을 바쳐온 그의 인생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차승원과 강우석 감독(56)은 ‘귀신이 산다(2004)’ ‘혈의 누(2005)’ 등에서 기획자와 배우로서 만났지만, 이번 영화에서 감독과 배우로 처음 만났다. 그럼에도 감독의 의도와 캐릭터를 십분 읽어내며 배우로서 한 층 더 성숙해졌다.
차승원은 “감독님은 첫 사극인만큼 전작들과 다른 자세로 작품을 대했다. 인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나보다 훨씬 더 경건했다. 역사 속 인물을 훼손시키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심심하게 느꼈을 수도 있다. 지금 와서는 흐뭇함이 있다. 전에는 전화통화도 껄끄러웠지만, 감독 강우석은 훨씬 더 마음이 넓은 사람이었다”고 했다.
총 44편. 차승원은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인생을 바라보는 주관도 더욱 뚜렷해졌다. 그의 주관은 김정호의 삶만큼이나 고집스럽다. ‘고산자: 대동여지도’ 이후로는 일상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그간 쏟은 에너지를 다시금 충전하기 위해서다.
“배우가 어느 정도 지점이 지나면 생기가 없어진다. 생기가 없어지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무책임하고 불성실하게 보여진다. 예전에는 일에만 몰두하는 것을 즐거워 했지만 지금은 일 이외의 시간들이 좋다. ‘끝나고 나면 뭐하지?’ 라는 생각보다 또 다른 나의 생활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기대된다”
차승원은 예능과 영화의 줄타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지만, 결국 길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예능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다. 굳이 정의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휘둘리고 싶지 않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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