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한진해운의 퇴출이 가시화되면서 경쟁적으로 요금을 낮추며 '치킨게임'에 시달리던 해외 선사들만 호재를 만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의 퇴출로 글로벌 선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곳곳에서 운임 인상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물론 한진해운이 빠진 아시아~북미 노선에 대한 쟁탈전도 시작했다.
우선 운임 인상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진해운 주력 노선인 아시아·미국 서해안 노선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8월 말 1100달러 수준에서 9월 초 1800달러 수준으로 급등했다. 아시아·미국 동해안 노선 운임은 1600달러에서 2400달러로 오르는 등 주요 노선 운임이 일제히 상승했다. 해운전문지 로이드리스트는 중국원양해운(COSCO)이 이달 15일자로 운인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전통적 성수기인 3분기(7~9월)인 만큼 물류대란이 지속될수록 운임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외 해운사들이 운임을 올려도 손님이 있을 것으로 보고 운임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며 "대형화주에 대한 지분도 더 많이 가져가려고 경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이 빠진 아시아~북미 노선에 대한 해외 선사들의 쟁탈전도 본격화됐다. 한진해운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태평양 노선에서 벌어왔는데 특히 북미 수출물량이 전체 물량의 18.1%를 차지했다. 지난해 아시아~북미 노선 점유율은 세계 3위인 7.39%였다. 한진해운이 사라진 북미 노선에 당장 눈독을 들이는 건 중국·대만 등 아시아 국가 해운사다. 대만의 양밍은 미국 노선 선박이 부산항을 경유하도록 했고, 중국원양해운도 부산에 배를 투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항은 최근 10년간 동북아시아 환적물동량(옮겨 싣는 짐)의 80%를 차지하는 아시아 지역 핵심 허브항구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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