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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태양계 탈출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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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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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의 수명은 약 100억년이다. 지금까지 약 50억년을 살았으므로, 앞으로 약 50억년 후에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죽음의 과정을 시작하는 태양은 중심부는 수축하고 표면은 팽창하여 거대한 적색거성이 된다. 팽창한 표면은 중심부를 둘러싼 거대한 구름인 행성상 성운이 되었다가 이 구름이 모두 걷히면 중심부만 남아 백색왜성이 된다.

생물의 한 종이 수억 년 동안 멸종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인류가 이때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인류의 뒤를 이은 다른 종이 살아 있다 하더라도 태양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는 없다. 태양이 팽창할 때 그 열기로 지구는 완전히 부서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의 인류, 혹은 인류의 뒤를 이은 종이 태양의 죽음과 함께 종말을 맞이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방법은 지구를 탈출하는 것밖에 없다. 태양이 팽창한 후 백색왜성으로 되는 시간은 1억년도 되지 않고, 백색왜성은 계속해서 식어갈 것이기 때문에 태양계의 다른 곳으로 피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되지 못한다. 대안은 태양계를 벗어나 다른 별의 행성으로 가는 것뿐이다.

우주는 너무나 넓기 때문에 방향을 잘못 잡았다가는 영영 우주 미아가 되는 수가 있다. 목적지는 최대한 가까운 곳이어야 한다. 미래의 인류, 혹은 새로운 종에게는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그들에게 맞춤형 목적지가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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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4일 유럽 우주국(ESO)는 프록시마 센타우리라는 별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행성은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들 중에서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 행성보다 더 가까운 행성은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태양계를 탈출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목적지는 있을 수가 없다.
더구나 이 행성은 액체상태의 물이 있을 수 있는 '골디락스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외계행성치고는 생명체가 정착하기에 너무나 좋은 환경이다. 어쩌면 이미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태양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인 만큼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야 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이 행성의 1년은 지구 시간으로 11.2일밖에 되지 않는다. 별에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공전 주기가 짧은 것이다. 그리고 너무 가까이 있다 보니 지구의 달이 한쪽 면만 지구를 향하는 것처럼 이 행성도 한쪽 면만 자신의 별을 향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황이라면 이 행성의 한쪽은 영원히 낮이고 다른 한쪽은 영원히 밤이다. 만일 우리의 후손이 여기에 정착한다면 낮과 밤의경계지역이 적당할 것이다.

태양과 수성의 거리보다 별에 가까이 있는데도 여기가 골디락스 지역인 이유는 이 별이 매우 어두운 별이기 때문이다.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질량은 태양의 10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질량이 작다는 것은 이곳으로의 탈출을 계획할 때 이 별의 수명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별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은 질량인데, 질량이 큰 별은 수명이 짧고 질량이 작은 별은 수명이 길다. 물론 이 별이라고 해서 영원히 죽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수명이 태양의 100배나 되므로 앞으로 1조년 동안은 무사할 것이다.

재미있게도 올해 4월, 러시아 출신의 실리콘밸리 부호 유리 밀너가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포함한 3개의 별이 모여 있는 알파 센타우리 시스템를 향해 소형 우주선을 보내는 프로젝트에 1억달러를 지원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 소형 우주선은 광속의 20퍼센트 속도로 날아가 20년이면 알파 센타우리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틀림없이 새롭게 발견된 행성에 대한 탐사가 포함될 것이다. 막연한 목표가 구체적인 목표로 바뀌어가는 것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과정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단, 구체적인 목표가 보이지 않아도 일을 시작해 볼 수 있는 문화가 있는 곳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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