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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새는 보험금]①치료비 442만원 내돈은 14만원 보험금 '씽크홀'

최종수정 2016.08.30 11:13 기사입력 2016.08.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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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보험사서 낼 돈" 보험산업 흔드는 과잉진료,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액 6500억원 정직한 가입자만 보험료 인상 불똥


과잉진료와 보험사기는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돈 지갑'을 위협한다. 손해율을 높여 보험료를 인상시키는 주범이다. 나아가 보험산업의 존립 기반을 흔든다. 보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도 보험사기나 과잉진료는 엄연한 범죄행위다. 정부와 보험사는 각종 대책을 만들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경찰 한명이 열 도둑 막지 못하는" 형국이다. 실제로 보험사기를 통해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나일롱 환자를 만드는 소극적 방식에서 전문 브로커가 개입해 대형화 기획화되는 것이 최근 달라진 보험사기의 행태다. 줄줄새는 보험금을 막기위해선 법적 처벌규정 강화와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보험사기에 대한 일반 가입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보험가입자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보험사기의 현실과 해결 방법을 5회에 걸쳐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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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직장인 정윤희(38세ㆍ가명)씨는 일주일에 두번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인근 정형외과에서 도수치료를 받는다. 척추측만증으로 목과 어깨, 손목의 통증이 심해 찾은 병원에서 도수치료를 권했다. 30회로 구성된 병원의 도수치료 프로그램은 정씨의 실손보험 약관상 도수치료 한도인 30회와 똑같다. 그가 지금까지 받은 도수치료는 28회로 비용은 모두 422만8000원(1회 15만1000원, 총 28회)이다. 하지만 정씨가 실제 부담한 금액은 14만원(1회당 본인부담금 5000원, 총 28회)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보험사가 지급했다. 28회차 치료가 끝날 무렵 병원은 정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했다. 지금까지 목 부위로 받은 도수치료를 손목으로 바꾸면 다시 실손보험에서 30회를 더 보장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씨는 "마사지를 받는 것 보다 보험으로 도수치료를 받는 게 훨씬 저렴하다"며 "양심에 꺼려지는 면도 있지만 안 받으면 나만 손해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보험금이 줄줄 새고 있다. 일부 병원과 환자, 소비자의 과잉진료와 과다청구로 인한 보험금 누수액이 눈덩이 처럼 불고 있다. 비보험급여 항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병원의 성향에 따라 치료비의 차이도 크다. 환자들도 '어차피 보험사에서 낼 돈'이란 인식이 팽배해 병원의 과잉진료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자동차 사고의 수리도 마찬가지다. 경미한 사고에도 새 부품으로 바꾸는 게 당연시 되면서 보험금 누수의 틈은 점점 벌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은 6549억원으로, 2014년 보다 552억원이 늘었다. 미적발된 보험사기액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훈 의원실이 작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보험사기 규모는 3조914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4년 지급보험금(108조7301억원)에 지급보험금 대비 사기비율 3.6%(금감원 연구용역자료)를 적용해 추산한 수치다. 동일한 전제조건으로 작년 보험누수액을 추정한다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손해보험업계가 지급한 보험금만 60조5300억원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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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진료나 사기 등으로 지급되는 보험금은 결국 전체 소비자의 보험료 인상 부담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보험금 상승에 따른 손해율 상승이 보험회사의 수익성을 짓누르기 때문이다. 실제 2011년 109.9%였던 실손보험 손해율은 작년 상반기 124.2%까지 높아졌다. 특히 실손보험 판매율이 높은 주요 11개 손보사의 작년 실손보험 평균 손해율은 129.6%였다. 이는 가입자들이 보험료로 1000원을 냈는데,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1296원을 지출했다는 뜻이다.

가격 자율화의 첫해인 올해 보험사들이 당초 예상처럼 보험료를 내린 것이 아니라 보험료를 인상한 이유도 손해율 부담 때문이었다. 손해율 상승으로 실손보험은 존폐의 위기에까지 몰려있는 상황이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올 들어 실손보험료를 20.1~27.3%씩 인상했다. 자동차보험료도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작년 말과 올해 초에 걸쳐 2~8%씩 올랐다. 일부의 보험사기로 보험료를 꼬박꼬박 낸 대다수의 정직한 가입자만 손해를 본 셈이다.
금융당국이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약관 개정에 나섰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보험 업계는 이 같은 사기행위를 일부 의사와 환자의 도덕적 해이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비급여 치료 항목의 제도적 허점을 없애는 방식으로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급여 의료비는 관리ㆍ심사 체계가 갖춰지질 않아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는 데다 비급여 의료항목의 명칭, 코드 등도 의료기관별로 제각각이다. 보험사에서 병원에 지급한 실손보험금 가운데 비급여 의료비 비중은 2012년 67.2%, 2013년 68%, 2014년 68.6% 등으로 매년 오르는 추세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비급여 의료의 가격과 의료량에 대한 관리체계가 미비해 진료의 적정성 평가를 하기 어렵다"면서 "비급여 의료 정보의 표준화ㆍ사용 의무화를 추진하고 공적건강보험과 연계한 비급여 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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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제도를 공식적으로 협의할 민관 공동의 협의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손보험과 관련이 돼 있는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 보험 업계, 의료계, 시민단체 등을 포함한 컨트롤타워를 마련한다면 비급여항목의 과잉진료를 어느 정도 근절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하지만 실제 협의기구를 만들기 까지는 산넘어 산이다. 당장 의료계의 반발이 크다. 비급여 부문 표준화에 따른 수익 감소의 우려와 함께 정당한 의료행위까지 막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 비급여 항목의 과잉치료가 의심돼 조사를 보낼 경우 역으로 금감원에 민원을 넣는 의료기관도 적지 않다.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엇갈린다. 비급여 부문의 표준화가 소비자의 선택권의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민인식 전환을 통한 사전적 보험사기 예방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012~2014년 실손보험금을 지급받은 사람은 연간 기준으로 가입자의 21~23%였다. 2012년의 경우 전체 가입자 중 20.82%가 보험금을 받았고 2013년과 2014년엔 각각 22.39%, 23.15%가 각각 실손보험금을 수령했다. 여기엔 경미한 부상을 이유로 반복적으로 보험금을 수령한 소비나나 미용 시술 등을 다른 치료로 조작해 보험금을 타낸 경우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다음달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잉진료나 과다청구도 '결국은 보험사기'라는 인식의 전환"이라며 "소비자 의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막대한 사회적 비용은 계속 발생될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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