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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빙과시장]동네슈퍼를 슈퍼甲 만든 아이스크림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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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 유통구조서 비롯된 가격 왜곡현상

[위기의 빙과시장]동네슈퍼를 슈퍼甲 만든 아이스크림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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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 유통구조 '정해진 출고가+유통마진'
빙과시장에서는 마진 맞추려 출고가 조절

정찰제 거부하는 판매처·빙과업계 과당경쟁
빙과업체, 과도한 단가인하 요구에 속수무책
시장규모 4000억원 줄고 공장가동률도 '뚝'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 매출은 오르는데 이익은 해마다 줄어든다. 판매가 증가하는데 적자폭은 매년 커진다. 제조업체가 일선 소매점의 눈치를 보며 출고가를 조절하는 이상한 구조. 바로 우리나라 아이스크림 시장의 단면이다. 아이스크림은 한때 국민들의 무더위를 식혀주는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끼상품'으로 전락한 것도 모자라 커피와 생과일 주스 등에 밀려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빙과업체들이 아이스크림이 제 값 받기에 나섰지만 이 또한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일선 소매점과 대형대리점 등의 반발이 큰데다 소비자 불신도 높기 때문이다. 아시아경제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아이스크림 가격이 시장 붕괴 위기까지 치닫게 된 이면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대응책과 빙과업체가 무너진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해법을 집중 분석한다.

빙과업계가 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성수기를 맞았지만 웃지 못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출산률 감소와 아이스커피 등 대체제 증가로 빙과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출은 오르는데 이익은 줄어드는 기현상이 수년간 반복되고 있다. 이같은 원인의 배경에는 아이스크림만의 독특한 가격 구조에 있다. 아이스크림 가격은 출고가에 유통마진이 붙어 판매가가 형성되는 일반적인 구조와는 달리, 판매가와 중간유통마진을 맞추기 위해 출고가를 조절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체 판매창구의 70%에 해당하는 동네수퍼가 가격 전체를 흔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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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 가격 구조…제조사 눈치보기 급급한 빙과업체=닐슨코리아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13년 1조9371억원에 이르렀던 국내 빙과시장 규모는 2014년 1조7698억원으로, 지난해에는 1조4996억원으로 축소됐다. 불과 2년 만에 약 4000억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업체별 실적도 좋지 않다. 빙그레는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25% 가량 떨어졌고, 롯데푸드 역시 15% 이상 하락세를 기록했다. 해태제과는 빙과에서 1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추정되고 있다.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올해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롯데제과의 지난달 빙과류 매출은 6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감소했다.

빙그레의 지난달 빙과류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6% 하락한 460억원을 기록했으며 해태제과 역시 지난달 빙과류에서 2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감소했다.

매출이 줄어들자 공장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빙그레의 경우 지난해 기준 아이스크림 공장인 도농공장과 김해공장, 논산공장의 평균 가동률이 44.1%에 불과하며 해태제과 또한 같은 기간 빙과공장(광주ㆍ대구) 평균 가동률은 57.5%로 스낵공장(청주공장) 가동률(99.3%) 에 한참 못 미친다.

빙과업체들의 적자는 기형적인 아이스크림 가격 구조가 주요 원인이다. 아이스크림 가격은 출고가에 유통마진이 붙어 판매가격이 형성되는 일반적인 구조와는 달리, 판매가와 중간유통마진을 맞추기 위해 출고가를 조절하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존에는 가격 결정주체가 제조사였지만 자율 경쟁을 독려하겠다는 정부 취지에 따라 가격 결정권이 판매처로 넘어갔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그동안 판매처의 눈치를 보기만 해야했다.

아이스크림 가격할인은 1980년대 후반 지금의 빙과업체 4사 체제가 형성된 이후 사전장려금과 사전할인이 경쟁적으로 불 붙으며 시작됐다.

수퍼마켓 등 각 소매점에는 아이스크림 대중화를 위해 제조업체에서 임대한 쇼케이스(아이스크림 냉동고)가 설치됐으며 이는 곧 해당 업체의 제품만을 독점 공급하는 것을 의미했다.

쇼케이스 갯수가 시장점유율과 매출로 직결되는 시장 구조가 형성돼 임대로 제공하던 쇼케이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며 납품권을 따내는 등 본격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의 등장도 아이스크림 가격 할인 경쟁의 원인이 됐다. 이들 대형마트는 할인점이라는 잇점을 앞세워 아이스크림 할인판매에 돌입했고 경쟁에서 밀려 손님을 뺐긴 동네 수퍼마켓들은 '미끼상품'(손님을 매장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 대폭의 할인을 적용하는 상품)으로 아이스크림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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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슈퍼가 갑…과도한 할인에 울며겨자먹기식 납품가 인하= 2011년 아이스크림이 오픈프라이스(권장소비자가격 표시금지제도) 대상 품목에서 제외된 이후 빙과업체들은 2012년부터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지만 판매처의 반발로 제대로 시행이 되지 않았다.

오픈프라이스제도로 가격표시가 없는 아이스크림은 타 상품에 비해 가격 할인 적용이 용이했다. 수퍼마켓들은 본격적으로 아이스크림 할인 판매를 위해 제조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빙과업체 입장에서는 아이스크림의 제품 특성상 대형마트보다 매출비중이 월등히 높은 수퍼마켓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워 요구에 응하는 대신 박리다매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한 번 불붙은 할인 경쟁을 멈출 줄 몰랐다. 인근에 위치한 경쟁 수퍼보다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판매해야 손님을 끌어들일 수 있는 미끼상품의 특성상 수퍼마켓 사장들은 빙과업체에 과도한 할인을 요구했고 업체들은 울며겨자먹기 식의 납품단가 인하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비슷한 시기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제도 있었다. 공정위가 아이스크림 대리점에 대한 제조업체의 독점지위 남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후 대리점의 영향력이 확대된 것이다.

공정위 제제로 인해 쇼케이스 독점이라는 시장 구조 특성상 교품(제품교환)이 필요하자 구매력을 갖춘 통합대리점이 등장했다. 통합대리점로 인해 할인율은 급증하고 다양한 지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자 제조업체의 출혈경쟁도 계속됐다.

여기에 2010년 초 빙과업체들의 핵심 영업기밀인 각 사별 할인율이 공개되며 대형 통합대리점들은 빙과업체간의 할인경쟁을 유도했고 이들 대리점들은 빙과업체의 출혈경쟁 속에 연매출이 200억원대까지 성장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통합대리점 외 소매점들 역시 상우회를 구성해 전국적인 네트워크로 할인율을 공유하며 빙과업체에 할인율 및 지원금을 요구해 대리점부터 소매점, 대형마트까지 높은 할인율이 확산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한 빙과업체 관계자는 "수년전부터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계속해서 시도해왔지만 현장에서의 어려움이 많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소비자 혼란을 막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가격표시제를 앞으로도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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