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가운데서도 특히 2015년 현재 매출 15조원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은 산업은행이라는 국책은행이 대주주이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확실한 대책이 요구된다. 현재까지 언론 보도에서 밝힌 바를 보면, 뇌물수수와 분식회계 같은 전임 사장들의 비윤리적 행위가 주요 원인으로 드러나고 있다. 즉, 경영자 개인의 비윤리성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결국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은 경영자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분식회계를 자행할 수 있도록 통제하지 못한 기업지배구조의 실패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다. 따라서 조선업 부실의 해결을 위한 처방의 첫 단추는 이처럼 기업지배구조의 실패를 조장하고 방임한 자들에 대한 조사와 문책에서부터 끼워져야 한다. 즉, 분식회계를 직간접적으로 도운 회계법인, 무책임한 신용평가 회사, 기업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분석도 하지 않는 거대 투자자들, 부실을 알고도 밀실에서 자금 지원을 결정한 정부와 채권은행 등에 대한 책임 추궁이 우선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 투입도 잘못된 지배구조에 대한 해결을 전제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현대 기업은 항상 지배구조의 실패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등 자본주의 선진국만이 아니라 싱가포르나 남아공 같은 신흥국에서도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2001년에 매출 1110억 달러에 달하는 엔론(Enron)사가 회계부정을 저질렀을 때, 회장과 재무담당 사장은 24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지고, 감사를 수행한 회계법인은 공중분해 돼버렸다. 그리고 즉시 기업의 회계 관리를 엄격히 규제하는 ‘사베인스 옥슬리법 (Sarbanes-Oxley Act)’이 통과되었다. 영국을 비롯한 세계 많은 국가에서는 ‘기업지배구조모범규준(Corporate Governance Codes)’을 마련해 기업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채택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짓을 어리석다. 그러나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칠 줄 모르는 자에게는 어리석다는 말도 과분하다. 대우조선해양 문제를 계기로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가 제대로 확립되기를 기대한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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