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뷰앤비전]대우조선해양 부실과 기업지배구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 사드(THAAD)의 한국 배치가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나서 조선업의 부실은 언론의 주목으로부터 사리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상 11조원에 달하는 공적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조선업의 부실화와 구조조정 문제는 자주 발생하는 기업의 무책임에 관한 것으로, 확실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국민경제의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큰 만큼 국민과 여론의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조선업 가운데서도 특히 2015년 현재 매출 15조원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은 산업은행이라는 국책은행이 대주주이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확실한 대책이 요구된다. 현재까지 언론 보도에서 밝힌 바를 보면, 뇌물수수와 분식회계 같은 전임 사장들의 비윤리적 행위가 주요 원인으로 드러나고 있다. 즉, 경영자 개인의 비윤리성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 부실의 원인을 개인의 품성 탓으로 돌리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자연인으로서의 개인윤리와 회사 구성원으로서의 기업윤리는 윤리원칙과 의사결정 과정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자연인으로서 개인은 개인의 이해관계나 가치관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만, 회사의 대표이사는 회사의 주인이 아니라 그의 대리인으로서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주인의 이익을 추구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고, 그의 윤리적 정당성은 그 책무의 수행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영자가 회사의 지향하는 바를 좇아 사리사욕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앞세우도록 감독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을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결국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은 경영자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분식회계를 자행할 수 있도록 통제하지 못한 기업지배구조의 실패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다. 따라서 조선업 부실의 해결을 위한 처방의 첫 단추는 이처럼 기업지배구조의 실패를 조장하고 방임한 자들에 대한 조사와 문책에서부터 끼워져야 한다. 즉, 분식회계를 직간접적으로 도운 회계법인, 무책임한 신용평가 회사, 기업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분석도 하지 않는 거대 투자자들, 부실을 알고도 밀실에서 자금 지원을 결정한 정부와 채권은행 등에 대한 책임 추궁이 우선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 투입도 잘못된 지배구조에 대한 해결을 전제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현대 기업은 항상 지배구조의 실패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등 자본주의 선진국만이 아니라 싱가포르나 남아공 같은 신흥국에서도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2001년에 매출 1110억 달러에 달하는 엔론(Enron)사가 회계부정을 저질렀을 때, 회장과 재무담당 사장은 24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지고, 감사를 수행한 회계법인은 공중분해 돼버렸다. 그리고 즉시 기업의 회계 관리를 엄격히 규제하는 ‘사베인스 옥슬리법 (Sarbanes-Oxley Act)’이 통과되었다. 영국을 비롯한 세계 많은 국가에서는 ‘기업지배구조모범규준(Corporate Governance Codes)’을 마련해 기업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채택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지배구조원의 주도로 지난 1999년 ‘상장기업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제정하여 2003년 1차 개정에 이어 금년에 2차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태도는 여전히 미온적이고, 기업지배구조 수준 또한 후진적이다. 2014년 현재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 평가 점수는 평균 43.6점으로 아시아 평가 대상국 평균 54.3점에 크게 뒤지고 있는 현실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짓을 어리석다. 그러나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칠 줄 모르는 자에게는 어리석다는 말도 과분하다. 대우조선해양 문제를 계기로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가 제대로 확립되기를 기대한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