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행을 시작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조선ㆍ해운업의 구조조정이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3년간 4조5000억원이란 거금을 쏟아붓었지만 결국 부실관리에 실패하며 손을 들었다. 채권단은 그동안 경영간섭이라는 이유로 '메스'를 들여대지 못했고 정부와 정치권 역시 지역경제를 앞세우며 채권단에 자금지원을 압박했다. 천문학적인 자금의 연명식 지원으로 생명줄을 이어오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역시 STX조선처럼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조선ㆍ해운업종의 구조조정 이전에 정부와 채권단부터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 일수록 정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구조조정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보니 채권단에만 맡기는 시장중심 구조조정에는 시간이 들고 한계가 생길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팬오션 성공사례처럼 매력적인 물건으로 만드는데 있어서 기존 채권단이나 주주나 임직원의 경우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희생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지연될 수 있다. 큰 틀에서 정책당국에서 나서서 판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헌재식 구조조정이 통했던 당시보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조금 더 섬세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과거 외환위기 당시엔 부실기업 정리 자체만 해도 됐지만, 현재 기업 부실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등 과거보다 넓은 차원에서 진행된 점이란 걸 고려해야 한다. 구조조정 후 성장동력을 만드는 작업이나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증가 등의 문제까지 포괄할 수 있는 정부 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 중심의 상시적 구조조정이 '최선'의 선택지인데 국책은행에만 구조조정이나 기업여신이 몰리는 것 역시 고쳐져야 할 문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항상 설거지는 국책은행만 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어서는 안된다. 시중은행 역시 대기업 여신에 수동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상시적 구조조정이 가능케 하는 역량을 늘려나가야 혈세를 통해 국책은행만 독박을 쓰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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