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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이식 수술]쥐와 원숭이로 거듭 실험 …두뇌만 두고 몸을 갈아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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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 '인체의 구조에 관하여' De humani corporis fabrica(1543)

사진 =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 '인체의 구조에 관하여' De humani corporis fabrica(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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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작가] 우리가 어디까지인지는 여기 절제된 자들은 안다.
이것이 우리 몫임을, 이렇게 어루만질 뿐임을. 한결 더 강하게
신들이 우리를 짓누른다. 그러나 이것이 곧 신들의 소관 아니던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두이노 비가> ‘제2 비가 ’ 중에서

생명연장의 꿈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온 것일까, 아니면 불멸을 향한 희구에서 온 것일까? 100세 시대, 아프면서 오래 사는 삶이 코앞에 왔음에도 생명연장을 위한 의학계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인간이 가진 물리적 한계 탓에 신체의 노화를 막는 획기적 기술은 아직 연구단계지만, 인간의 정신을 관장하는 머리를 분리해 보다 젊고 온전한 몸으로 이식해 부분적 영생을 꿈꾸는 인류의 욕망은 문학, 영화, 그리고 다양한 동물실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표현돼왔다. 끔찍한 학살자의 추종세력이 그의 머리를 냉동 보관하고 있다가 젊은 신체로 이식하기 위해 무차별 살해를 감행하는 소설, 늙고 병든 부호가 젊고 가난한 청년을 회유해 자신과 뇌를 맞바꿔 청춘으로 돌아가는 영화.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러시아에서 이뤄진 개의 머리 이식수술 영상까지. 예술과 역사 속에 녹아든 머리이식의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소설 <모레>는 히틀러의 두뇌가 냉동보관되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연쇄 살인사건의 미스테리를 다룬다.

소설 <모레>는 히틀러의 두뇌가 냉동보관되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연쇄 살인사건의 미스테리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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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머리가 냉동보관 됐다?

할리우드 시나리오작가 앨런 폴섬의 소설 <모레>에서는 나치의 회귀를 꿈꾸는 네오나치(신나치주의자)들의 광기 어린 실험과 이에 따른 살인사건이 흥미진진하게 묘사된다. 극저온의 온도에서 보관되고 있던 히틀러의 머리에 나치들이 순수 혈통으로 강조해온 아리안계 청년의 몸을 붙이는 수술을 통해 히틀러를 부활시키고 독일의 황금기를 되찾으려 하는 네오나치들의 음모는 소설에선 진보된 기술을 활용, 히틀러를 통해 부활 모티브를 재현하려는 엽기적 시도에 그쳤지만, 지난 2009년 미국 코네티컷 대학 닉 벨란토니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러시아 국가기록보존국이 보관하고 있는 히틀러의 두개골 DNA를 추출, 분석한 결과 여성의 것으로 밝혀져 소설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대두되며(?) 극적 흥미를 더한 바 있다. 네오나치는 왜 히틀러의 뇌를 순혈 아리안 청년에게 이식하는 게 아니라 머리를 이식하려 했을까? 대개 머리 이식 또는 뇌 이식 수술에서 해당 대상을 인격으로 규정하는 기준은 뇌의 주인인데, 이들은 히틀러의 뇌(정신)만큼이나 히틀러의 머리(외적 이미지)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은 아닐까. 기의를 위해 필요한 기표로서의 히틀러의 완전한 이미지에 더 크게 매료된 네오나치가 적지 않을 테니 말이다.

사진 = 영화 '더 게임' 스틸컷

사진 = 영화 '더 게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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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이식으로 청춘의 몸을 강탈한 노인
이미 SF 장르에서 뇌 이식은 심심찮게 다뤄진 소재지만 영화 <더 게임>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두 배우의 연기로 바뀐 신체변화에 대한 다양한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금융업계의 거물 변희봉은 날로 노쇠해 가는 자신의 신체에 절망하지만 뇌수술이 가능하다는 의사의 귀띔에 청년의 몸을 사 청춘으로 돌아가려는 계획을 세우고, 자신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에 신하균을 끌어들여 이긴 뒤 그의 몸을 강탈한다. 부와 명예, 여기에 건강한 몸까지 갖게 된 변희봉의 노욕은 영화 말미에 끝내 비극을 초래하지만, 영화에서 그려진 그의 캐릭터는 많은 사람들이 머리 이식 혹은 뇌 이식을 꿈꾸는 가장 근본적 욕망의 대변자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진 = 개의 상반신을 다른 개에 이식한 '키메라견'과 블라디미르 데미코프 박사

사진 = 개의 상반신을 다른 개에 이식한 '키메라견'과 블라디미르 데미코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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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둘, 다리가 여섯인 키메라견

1908년 미국의 생리학자 찰스 거스리는 개 한 마리의 머리를 큰 개의 목에 접합하는 수술에 성공해 이목을 끌었다. 이로부터 반세기 뒤인 1954년 러시아 외과의사 블라디미르 데미코프는 개의 상체를 다른 개의 상체에 이식, 머리는 둘 다리는 여섯인 이른바 ‘키메라견’을 만들었다. 두 마리는 각각 다른 소리, 다른 시청각 반응을 보였고 각각 음식을 섭취하면 이식받은 개의 몸이 배가 부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개는 수술 후 29일이나 생존하며 많은 자료를 남겼다.

1970년 미국의 신경외과학자 로버트 화이트의 원숭이 머리 이식 수술 성공은 인간의 머리 이식이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가정을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온 하나의 사건이었다. 다른 원숭이의 몸에 이식된 머리 원숭이는 두개골의 신경기능을 회복, 시각 청각 미각을 느낄 수 있음이 확인됐다. 그는 이 실험의 성공 이후 신경 연결에 대한 기술적 보완만 담보되면 인간의 머리 이식도 가능하다고 호언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

사진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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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쥐와 원숭이를 놓고 이뤄진 다양한 머리 이식 실험을 통해 끊임없이 가능성을 증명해온 인간 머리 이식은 이제 소설이나 영화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의 실험을 앞두고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인간은 육체와 영혼으로 이뤄져 있고, 죽음 이후 영혼이 다시 살아나 육체로 돌아올 것을 대비해 미이라를 만들었다. 이때 이집트인은 콧구멍 안에 긴 갈고리를 넣어 두개골 안의 뇌를 빼내고, 심장은 갈비뼈 아래를 잘라 남겨놓았다. 인간의 영혼이 심장에 깃든다고 믿었던 까닭이다. 타인의 심장으로 이어진 삶은 어떤 느낌일까. 인류 최초의 머리 이식 수술이 성공한다면, 눈을 뜬 그에게 달려가 꼭 묻고 싶다.

“지금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지시나요?”



김희윤 작가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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