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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읽다]'한 가정'의 가습기 살균제 비극

최종수정 2022.03.28 14:35 기사입력 2016.05.02 09:27

엄마·4세·1세 자녀 모두 폐 손상…엄마와 4세 여아는 이식 수술

▲옥시불매운동.[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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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가습기 살균제로 폐 섬유화 등 폐 손상을 입은 4세 여아 A양에게 국내에서 첫 어린이 심장·폐 이식수술이 실시돼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나마 작은 희망이 생겼는데 그동안 A양의 가정은 가습기 살균제로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A양의 엄마·여동생 등 한 가족 세 명이 가습기 살균제 탓에 폐 손상을 입었습니다. 이중 A양의 동생은 숨지고 2명이 에크모 장착과 장기 이식 등 사투를 벌였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호흡기알레르기과 유진호 교수팀은 2011년 6월11일 이 병원에 입원한 A양이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살균) 성분을 오래 들이마셔 간질성 폐 질환에 걸린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A양은 서울아산병원에서 100일 동안 에크모(ECMO, 체외막형산소화장치, 몸의 산소 순환을 도와주는 기기)의 도움으로 생명을 유지했습니다. 어린이로서는 국내 처음으로 심장·폐를 함께 이식 받는 대수술을 받았습니다.

A양 가족의 고통은 가습기 살균제 사고의 비극과 참담함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유 교수팀은 "이식수술을 한 지 3년 후에 실시한 아이의 폐 기능 검사에서 비교적 양호한 결과가 얻어졌다"며 "폐 이식 수술 후에 뒤따르기 쉬운 폐 고혈압과 폐쇄성 세기관지염(bronchiolitis obliterans)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2011년 봄 A양에게 마른기침 등 처음에는 심각하지 않은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처음엔 감기 등 흔한 호흡기 질환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초기 증상이 나타난 지 2주 뒤부터 빈호흡(호흡수 증가)과 호흡곤란 등 상태가 악화됐습니다. 아이의 엄마와 여동생(1세)도 비슷한 증상을 보였습니다.
병원 측이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호르몬제(프레드니솔론) 등을 투약했는데 효과가 없었습니다. 유 교수팀은 "아이의 가족은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PHMG는 최다 사망자를 낸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성분입니다.

아이의 1세 여동생은 안타깝게도 대형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에 숨지고 말았습니다. 아이 엄마는 5일 동안 에크모의 도움을 받았는데 폐 이식 후 큰 후유증이 없이 회복됐습니다.

A양은 에크모에 의존해 폐 등 장기 제공자가 나올 때까지 100일을 버텼습니다. 마침내 뇌사 판정을 받은 11세 소녀의 폐와 심장을 이식받았습니다. 국내에서 성인의 폐 이식 수술은 1996년에 처음 시도됐습니다. 어린이의 폐 이식 수술은 이번 A양이 첫 사례입니다.

유 교수팀은 "어린이의 폐와 폐·심장 이식엔 걸림돌이 많다"며 "장기 제공자(뇌사자) 수가 적은데다 제공자와 수혜자의 장기 크기가 다르고 외과 기술적으로도 훨씬 고난도이 수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에도 장기를 제공한 뇌사아의 체중은 23.1㎏으로 장기를 받은 아이(17㎏)보다 1.3배 컸습니다.

유 교수팀은 "장기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의존해야 하는 에크모와 기계적 환기장치 등의 장착 기간이 길수록 이식 수술 뒤 다(多)장기 부전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위험이 높다"며 "이번에도 에크모를 5일 동안 장착한 아이 엄마의 수술 후 후유증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폐 이식 수술을 받은 어린이의 5년 생존율은 50% 정도입니다. 가습기 살균제로 한 가정의 비극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옥시 측은 그동안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심지어 관련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습니다. 5년이 지난 오늘 사과문을 발표하고 보상계획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그동안 상처받고 고통 받은 이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렇게 늑장대처는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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