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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회장이 배우라고 외치는 '에드몽', 누구길래

최종수정 2016.03.04 10:26 기사입력 2016.03.04 10:13

서경배 회장이 입에 달고다니는 '당부'
열두살 아프리카 소년 끝없는 장인정신으로 향신료 바닐라 수정비법 발견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바닐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향신료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200년 전까지만 해도 바닐라는 멕시코와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재배할 수 없는 식물이었다. 유럽의 석학들은 이전부터 바닐라를 유럽에서 재배하려고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다. 19세기 중반에서야 바닐라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아프리카 동쪽 프랑스령 레위니옹 섬에 살던 흑인 소년이 바닐라의 번식을 위한 수정의 비밀을 풀어낸 덕분이다.
제대로 된 정규 교육도 받지 못한 열두살 소년 에드몽은 주인 가족의 농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1841년 에드몽은 바닐라 꽃잎을 뒤로 잦힌 다음 대나무 가지로 자가수정을 방해하는 부분을 들어 올린 뒤 꽃밥과 암술머리를 부드럽게 쥐면 꽃이 자가수정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에드몽은 농장 주인이 수박 꽃의 자가수정에 성공했던 사실에 관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이를 바닐라에도 적용했다고 한다. 이후 에드몽은 다른 농장을 찾아다니며 바닐라 수정 비법을 전수했고, 레위니옹 섬은 바닐라 재배지로 주목받았다. 프랑스인들은 에드몽이 발견한 이 방법을 '르 제스트 데드몽(에드몽의 손짓)'이라고 부른다. 지금도 여전히 바닐라 수분에는 이같은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사진)은 최근 열린 월례 정기조회에서 에드몽의 일화를 들려주며 "창조적 장인이 되라"고 주문했다. 서 회장이 다양한 일화 가운데 에드몽을 예로 든 것은 노력의 가치를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단히 실력을 연마하면 누구나 장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서 회장의 평소 지론이다.
서 회장은 올해부터 임직원을 만나는 자리에서 '창조적 장인'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 4년 내에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리고, 글로벌 브랜드로 위상을 높이겠다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선 직원 개개인 스스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연 매출 12조원, 영업이익률 15%라는 실적 목표도 내놨다.

그는 "창의적인 작품을 발명할 때 유레카를 외치는 마법의 순간이 온다는 데 나와 생각이 다르다"면서 창조와 노동의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창조성은 특정인에게만 주어지는 마법 같은 힘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타고 태어난 특질이며, 창조와 혁신의 출발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믿는 데서 시작된다고 서 회장은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0% 증가한 5조6612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화장품 시장에서도 선도기업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쿠션 화장품을 개발, 전 세계 여성들의 화장문화를 바꿔놨다. 쿠션 화장품은 지난해 말 기준 누적 8000만개가 판매됐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크리스챤 디올은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에게 쿠션 기술력을 전수받았다. 로레알과 에스티로더 그룹 해외 화장품 기업 소속 브랜드도 쿠션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서 회장은 1987년 아모레퍼시픽(당시 태평양) 입사 이후 외환위기를 전후해 24개에 달하던 계열사 대부분을 정리하고 화장품 연구 개발에 몰두했다.

그는 "회사가 가진 역량과 가능성을 가늠해보면 지금이 바로 완벽한 시작을 할 수 있는 시기"라며 "작은 성공에 도취해 자기만족에 빠져서는 안 되며, 두려움으로 위축돼 도전을 포기해서도 안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나는 나(I am Myself)임을 깨닫고 내 안의 가능성을 어떻게 열어나갈 수 있을지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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