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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로 산다는 것…'재무설계사+상담사+영업맨' 그래야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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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아줌마라는 인식 벗고 전문가로 거듭나야했던 그들의 생존스토리

보험설계사로 산다는 것…'재무설계사+상담사+영업맨' 그래야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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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띠리리링!'

오전 5시50분, 알람소리에 졸린 눈을 비비며 겨우 일어난다. 나는 삼성생명 20년차 보험설계사다. 오전 6시30분, 헬스장으로 향한다. 발로 뛰는 보험설계사의 업무 특성상 체력은 필수다. 헬스와 골프를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해왔다. 체력은 고객들을 만나기 위해 필수인 소중한 내 자산이다.
운동 후 8시까지 사무실로 출근한다. 8시10분부터 진행하는 보험상품 교육을 받기 위해서다. 교육은 선택사항이지만 20년차 보험설계사도 쉽지 않을 정도로 보험 상품이 다양해 뒤처지지 않으려면 공부를 해야만 한다. 1시간의 교육 후엔 오늘 만날 고객에게 미리 연락하고 팀회의를 한다.

오전 10시, 고객과의 만남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회의가 끝나면 무조건 사무실을 나선다. 고객과의 만남없이는 상품 설계도, 판매도 어렵기 때문이다. 약속한 고객의 사무실 근처 카페에 도착했다. 이전에 만났을 때 고객이 관심있어했던 상품 설계 내용을 꺼내든다. 고객이 회사에서 업무를 막 시작해 바쁠 때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품PT는 오전 시간에 불가능하다. 간단하게 설계해둔 내용만 설명하고 고객과 헤어진다.

오후 12시, 점심식사시간도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고객들을 만나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새로운 상품을 설명하고 기존 상품의 보장 내용도 설명하는 시간이다. 가끔 친한 기존 고객에게는 지인과 함께 나와 달라는 부탁을 넌지시 하기도 한다. 오후 2시, 본격적으로 고객에게 보험상품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오전보다 시간이 넉넉한 만큼 다소 어렵고 설명이 긴 보험 상품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PT)하려고 한다. 날마다 차이가 있지만 많을 땐 2명, 적을 땐 1명을 반드시 만난다. 상품에 대해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오후 5시, 사무실로 복귀할 시간이다. 사무실에 돌아와 하루동안 들었던 고객들의 정보를 입력한다. 대화 내용을 하나씩 기억하면서 고객들의 신상 변화, 대화를 통해 파악한 고객의 성향, 고객이 원하는 보험들까지 구체적으로 적는다. 오늘 고객이 관심을 보였던 상품 설계도 시작한다. 설계를 하다보면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 오후 7시가 된다. 짐을 챙겨 사무실을 빠르게 빠져나간다. 오후 8시에 참석하기로 한 골프모임이 있기 때문이다. 잠재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3개월 째 나가고 있지만 먼저 상품을 권하지 않는다. 열심히 모임에서 활동하면서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생길 때까지 기다린다. 그렇게 쉴 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온 시간은 오후 11시. 그제야 잠을 잔다.

2016년 대한민국에서 보험설계사로 살아가는 신선미(49ㆍ여) 씨의 하루다. 과거 '보험아줌마'로 통용됐던 보험설계사가 비전문 영업가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어엿한 보험설계 전문가로 변모하고 있다.

보험설계사가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보험상품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년 전만해도 암 보험, 사망보험 등 상품 자체가 쉬웠다. 보장내용도 명확했고 보험료도 비싸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품이 고도화됐다. 변액유니버셜보험(펀드 운용 수익률에 따라 보험금이 변동되는 변액보험과 보험료 납입, 적립금 인출이 자유로운 유니버셜보험의 장점을 결합한 보험)이나 CI보험(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중병 상태가 계속될 때 보험금의 일부를 미리 받을 수 있는 보험)과 같이 이름만 들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품들이 나온 것이다. 보장 내용 등이 구체적이고 복잡해 설계사들마저도 상품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신 씨를 비롯한 설계사들이 꾸준히 상품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보장 내용이 다양해지는만큼 보험료도 오르고 있어 고객들을 설득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각 보험사에서는 설계사를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관리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객 확보 방법도 20년 전과는 달라졌다. 과거에는 설계사들이 자신이 맡은 구역에 있는 사람에게 명함과 보험 전단을 돌리는 것으로 고객을 확보하는 '개척' 방식을 많이 이용했다. 신 씨도 1997년 입사 후 한 손에는 노트북과 전단, 다른 한 손에는 명함과 함께 직접 포장한 간식거리 한 뭉치를 들고 한양대와 삼성생명 본사 일대를 돌아다녔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간식거리와 전단을 나눠주며 밝게 인사하는 것이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는 방법이었다. 당시에는 신입 설계사를 위해 고참 설계사들이 함께 '개척'에 나서주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건물 보안이 철저해진 지금 '개척'이 불가능해졌다. 2016년형 새로운 고객 확보 방법은 '관리'다. 새로운 고객을 접하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 보험설계사들은 지인 소개를 통해 고객을 늘려나가고 있다. 가족, 친구 등을 모두 동원해 만든 고객을 바탕으로 '가지치기' 형식의 지인 소개를 받아 새로운 고객을 만난다. 개척이 어려운 상황에서 '관리'를 생명인 시대가 된 것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 보험설계사를 위협하는 요소들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 오픈 이후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온라인 보험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고 은행에서도 방카슈랑스를 판매하고 있다. 과거엔 손ㆍ생보사 전속 설계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점차 보험대리점(GA)이 확대되면서 이동하는 설계사도 늘었다.

실제 이로 인해 보험설계사 수도 점점 줄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설계사(2015년 10월)는 28만3973명이다. 2년 전인 2013년 30만8034명이었던 손ㆍ생보사 보험설계사는 2014년 28만8848명으로 줄었고, 이후에도 추가 감소했다. 특히 생보사 전속 설계사는 2013년에 비해 2015년 1만7000명가량 줄어들었지만 GA소속 설계사는 같은 기간 3만명 가량 증가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보험설계사의 신분과 연봉이다. 보험설계사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이에 연봉은 설계사마다 천차만별이다. 설계사로 처음 일을 시작할 땐 보험사에서 적응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일부 지원금이 나오기도 한다. 이후부터는 자신의 성과에 따라 한 달에 100만원에서부터 많게는 수 억원까지도 벌 수 있다. 보험설계사 개인마다 매달 할당된 목표액을 기본으로 달성해야하며 새로운 계약을 하면 수년에 걸쳐 나눠서 연봉으로 받게 된다.

보험설계사에게 다가오는 '공포의 시간', 월말 마감도 변치 않는다. 지점별, 보험설계사별로 정해져 있는 월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지점 달성 목표치에 타격을 준다. 한 달 목표액을 못 채우는 설계사가 지점에 절반 이상일 때도 있다. 목표액을 채우지 못한 설계사들은 월 말일 마감 때 사무실에 아예 들어오지 않거나 지점장의 연락을 받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다. 신 씨는 목표를 채우지 못한 달을 떠올리며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설명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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