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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마케터로 산다는 것…"야! XX 사장 바꿔!"…내 슬픈 모닝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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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 건너편 고성·욕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됐다…하루전화만 250통, 목 퉁퉁 붓지만 고객 냉대와 무시에 더 속상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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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야 사장 바꿔! 아이 XX 확!" 아침부터 술에 취한 50대 아저씨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욕은 삼가시기 바랍니다. 고객님" "이게 욕이냐? 이XX 이걸 카드라고 나한테 팔았냐?"

카드사 텔레마케터(TM)로서의 하루는 전화 수화기에서 들리는 욕설과 함께 시작된다. 그래도 익숙해지면 진상고객을 대하는 것은 요령이 생긴다. "고객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 팀장께서 이어서 설명해주실테니까 전화 돌려드리겠습니다" 안되겠다 싶으면 빨리 경험많은 팀장한테 전화를 돌리는게 낫다.
정말 힘든 것은 고객에게 판촉전화를 걸 때다. "OO카드 고객상담센터에서 연락드렸습니다. 저희가 새로 출시한 카드가..." 한마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객들은 "그런거 필요없다니까 왜 계속 전화를 해대냐고!" 소리지르며 전화를 끊는다. 내 목소리가 스팸전화로 무시당한다는 기분이 들 때가 가장 힘들다.

잠시 쉬는 시간이면 바로 담배와 라이터에 손이 간다. 입사 전에는 간간이 피우던 담배가 이젠 줄담배가 됐다. "딸내미 같은 사람한테 그렇게 욕을 하고 싶을까?" 좀전에 다른 진상고객한테 시달린 동료도 곧바로 담배를 물었다. 지난주에 새로 들어왔다는 신입은 옆에서 고개를 파묻고 울고 있다. 저 친구 동기들은 벌써 반 이상이 관뒀다.

다시 좁은 부스로 돌아가 헤드폰을 썼다. "고객님께서 말씀하신 그 상품은 OO마트, OO주유소, 영화관에서 할인혜택이 있고..." 카드사 상품들이 많아지면서 설명해야할 것도 많아졌다. 하루 200통 이상 전화를 걸고 나면 목이 퉁퉁 붓는다.
◆아웃바운드, 인바운드로 나뉜 업무= 국내 한 카드사 콜센터에서 텔레마케터(TM)로 근무하는 김지민(가명 30)씨는 하루 200통 이상 카드사 고객들에게 전화를 거는 아웃바운드 업무를 맡고 있다. 카드사 텔레마케터 업무는 주로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로 구분된다. 아웃바운드는 고객에게 상품정보 등을 제공해 판매를 유도하는 판촉전화 업무를, 인바운드는 고객 상담전화를 응대하는 콜센터 업무를 뜻한다.

업계에서는 아웃바운드가 인바운드보다 업무강도가 강하기 때문에 월급여에서도 차이를 둔다. 아웃바운드는 평균 월급여가 185만원, 인바운드는 165만원으로 2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아웃바운드는 매일 200~250통 정도 전화를 건다. 김씨는 "고객의 상담전화를 받는 인바운드 업무보다는 불특정 다수 고객에게 전화를 직접 걸어야하는 아웃바운드 업무의 노동강도가 훨씬 강하다"라며 "불필요한 스팸전화라고 불평과 욕설을 하는 고객들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평균 근속연수 1년 남짓.. 감정노동자로서의 고뇌= 카드사 텔레마케터의 평균 근속연수는 1년2개월 정도로 다른 직업들에 비해 짧은 편이다. 주로 카드사와 제휴 중인 콜센터 운영 외주기업의 계약직으로 고용된 경우가 많고 이직도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감정노동자 직업으로 스트레스가 크다보니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반 이상은 일주일 내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며 "카드사들 상품이 많아지면서 공부해야하는 상품정보가 많아져 업무강도도 그만큼 강해졌다"고 말했다.

최근 신용카드와 관련된 연계상품이 많아지면서 카드 당 이용조건에 대한 지식, 제휴사 서비스 등 꼼꼼한 정보가 필요해졌다. 여기에 카드론 등 대출상품에 대한 수요도 많아지면서 각 상품의 이자, 금리, 신용상환주기 등도 미리 공부해둬야하기 때문에 업무강도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2014년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건 이후에는 업무 분위기도 무거워졌다. 2014년 1월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 직후 카드사의 텔레마케팅 영업은 고객정보유출 우려로 그해 1월27일부터 2월24일까지 한달동안 정지된 후 재개됐다. 이후 텔레마케터들은 업무 중 개인적인 메모나 휴대전화 이용도 함부로 할 수 없게 됐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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