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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아동성폭력 임신, 국제결혼 취소사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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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성 '국제결혼' 취소 판결 파기환송…"당사자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 본질적 부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한국 남성과 국제결혼을 한 외국 여성이 '아동성폭력'을 당해 임신했던 사실을 숨겼더라도 국제결혼 취소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김신)는 남편 A씨가 베트남 여성인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혼인 무효'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피고 승소 취지로 전주지법 합의부에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국제결혼중계업체 소개로 B씨를 만나 베트남에서 결혼한 뒤 2012년 4월 국내에서 혼인신고를 마쳤다. B씨는 2013년 1월 A씨의 계부 C씨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 집을 나왔다.

C씨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이 사건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B씨가 베트남에 있을 때 사실혼 관계의 남성이 있었고, 그 남자 사이에 아이를 출산했다는 사실을 알고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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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혼인취소와 함께 B씨가 A씨에게 위자료 8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은 "피고의 사실혼 전력과 출산 전력 등은 원고가 피고와의 혼인의사를 결정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할 것인데, 피고는 이에 대하여 원고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원고가 이러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피고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B씨 측은 만 13세 무렵 이른바 약탈혼의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당시 연령과 의사, 동거기간 등에 비추어 적법한 사실혼 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아들을 출산했지만, 남성이 아들을 데리고 가버렸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국제결혼을 한 외국 여성이 '아동성폭력'을 통해 임신을 한 사실을 숨기고 결혼을 했을 때 국제결혼을 취소할 사유가 되는지가 쟁점이다.

1심과 마찬가지로 2심도 A씨 손을 들어줬다. 2심은 "미성년자로서 납치, 강간을 당하여 출산을 하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러한 출산경력을 혼인 상대방인 원고에게 고지할 의무를 면한다고 볼 수 없어, 피고가 출산경력을 고지하지 않은 행위가 위법한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심은 혼인무효와 함께 위자료 300만원 지급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과 2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아동성폭력범죄 등의 피해를 당해 임신을 하고 출산까지 하였으나 이후 그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양육이나 교류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라면, 이러한 출산의 경력이나 경위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단순히 출산의 경력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것이 곧바로 민법 제816조 제3호 소정의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이는 국제결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면서 "원심판결에는 제3호 혼인취소사유와 혼인취소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전국 21개 이주·여성 단체들은 환영 논평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아동성폭력범죄 피해 결과 출산에 이르게 된 특수한 출산 경위에도 불구하고 피고 여성에게 고지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인격권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원심의 법리 오해를 바로 잡아주었다"면서 "단순한 출산 사실이 아니라 성폭력으로 인한 출산일 때, 성폭력으로 인한 출산 사실을 말하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대법원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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