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재고손실↑' 웃음기 거둔 정유사

2월 평균 복합정제마진, 1월 대비 3.2달러 낮아져
1달러 떨어지면 정유4사 한해 영업익 1조원 줄어
재고평가손실까지 커져 겹악재

배럴당 복합정제마진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지난해 5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린 정유사들이 암초를 만났다. 2월 들어 정유사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은 떨어지고 재고평가 손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이런 이상기류가 단기적 현상에 그칠지 장기적 흐름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1분기 실적을 걱정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2월 평균(1일~12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약 6.7달러로 나타났다. 1월 평균 정제마진(약 9.9달러)보다 3.2달러 낮아졌다. 정제마진이란 휘발유ㆍ경유와 같은 석유제품의 가격에서 원유가격ㆍ운영비를 뺀 것이다. 원유 1배럴을 들여왔을 때 얼마가 남는냐를 의미한다.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도 싱가포르 정제마진과 연동하는데 정제마진이 1달러 떨어지면 국내 정유 4사의 한해 영업이익은 1조원 정도 줄어든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 3일과 10일에는 5달러대로 하락해 비상사태였다"며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이 4달러 수준이어서 위기감이 팽배했다"고 말했다.

정제마진 하락은 세계적으로 석유제품 공급이 늘어나고 수요가 줄어들어 벌어진 현상이다. 구체적으로는 경기침체 여파로 석유제품 수요 둔화, 중국 석유제품 공급 확대, 원유 생산량 증가, 난방 시즌이 끝난 계절적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한 결과다. 작년 4분기까지만 해도 유가가 떨어지면서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최근 이런 기류가 반전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휘발유 재고는 2억 2000만 배럴 수준이었는데 이달 들어 2억 5500만 배럴까지 크게 증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석유 수요 전망치를 1월 전망치보다 일평균 10만 배럴, 일평균 17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조정했다.

중국이 올해 1분기 석유제품 수출 허용 물량을 160만배럴로 늘린 것도 악재다. 지난해 대비 두배 이상 증가했다. 박연주 KDB 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 국영 정유사 가동률이 80%, 소규모 정유사들은 40~50% 수준이라 공급을 늘릴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란ㆍ리비아 등 산유국이 원유 생산량을 증가하려는 움직임도 석유제품 공급 확대 원인이 돼, 정제마진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재고평가 손실도 커지고 있다. 재고평가손실은 정유사들이 수입한 원유를 석유제품으로 만들어 팔 때까지 걸리는 시차 때문에 생긴다. 1~2개월 간 유가가 떨어지면 원유 재고 가격은 하락한 만큼 손실을 반영해야 한다. 유가가 1달러 떨어지면 국내 정유 4사의 재고평가 손실은 650억원 수준에 달한다.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26.86달러로 지난달 4일 32.10달러 대비 5.24달러 떨어졌다. 이를 반영하면 국내 정유 4사가 1월초부터 지금까지 원유 가격 하락으로 입은 손실은 3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정제마진이 고공행진 한 덕분에 실적이 좋았는데 글로벌 경제 위기가 악화되고 있어 향배를 쉽게 가늠할 수 없다"며 "각 사별로 고부가가치 화학 산업 신사업 육성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