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우리 사회 전반에 '여풍(女風)'이 거세지만 증권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리서치센터에는 미풍에 그치고 있다. 지난 연말 기준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연구원(애널리스트) 1087명 중 여성 연구원은 모두 254명(23%)이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여성 연구원은 주로 시황분석이나 내수 관련 업종 등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지는 업무를 맡고 있다. 자동차, 조선 등 국내 대표 산업에 여성 연구원이 진입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남성들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업종에서 '우먼파워'를 발휘해 주목받은 여성 연구원이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이 그 주인공이다.
1979년 생인 이 연구원은 이화여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경영에도 관심이 생겨 경영학을 복수전공으로 택했다. 미국공인회계사(AICPA) 자격증도 취득했다. 대학 졸업 후 에스티로더그룹과 한독약품 재무팀에서 근무했다.
지난 2006년 신영증권에 입사하면서 애널리스트가 됐다. 당시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전공을 살려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해 건설업종을 맡은 게 이 연구원의 인생을 바꿨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 남들보다 열심히 할 뿐이다.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할 때마다 그는 "특별한 비결은 없고, 다른 사람보다 성의 있는 리포트와 아이디어를 내려고 노력한다. 고객에게 항상 신속 정확하게 응대한다"고 답한다. 육아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해 지인들은 이 연구원을 '독종'이라고 부른다.
평소 남성과 차이는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씁쓸한 적이 없는 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비자를 발급해 주지 않아 현지에 있는 국내 건설사의 건설 현장을 탐방하지 못했을 때는 속이 많이 상했다고 한다.
'분석의 여왕'은 올해 건설업종 경기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이 연구원은 "올해 국내외 건설업황은 불확실하다"며 "다만 지난 2011∼2012년 수주한 저가물량 소화가 마무리되기 시작해 이익 정상화를 기대할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가의 추가 하락 위험이 있는 1분기에 확실한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업체나 최악의 상황을 반영한 뒤 정상화될 업체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전제조건은 강한 재무여력"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업종 내 최선호주로 대림산업, 차선호주는 현대산업개발을 꼽았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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