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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알바]문제 생기면 '알바 탓'…생계 지키려다 생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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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 경기도 안양시의 한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전혜정(가명ㆍ21)씨는 최근 아르바이트 도중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원인은 영양실조 및 수면부족. 전 씨는 낮에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새벽에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은 조기 퇴근을 시키고 임금을 깎는 경우가 허다하고, 편의점은 정산할 때 돈이 안 맞으면 사비로 메꿔야 했다. 전 씨는 "항상 잠이 부족하다보니 알바 도중 실수도 잦고 내 돈으로 채워야 하는 회수가 점점 늘어났다"며 "생활이 빠듯해졌고 식사를 하루에 한 끼 삼각김밥으로 떼운 게 몸에 안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오토바이 배달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김경준(가명ㆍ26)씨는 야간에 배달 업무를 하다가 졸음운전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몇 번 있다. 김 씨는 "주문 과정에서 생긴 오류로 배달이 잘못된 적이 있는데 내 탓이라며 야간 연장 근무를 강요했다"며 "어렵게 얻은 알바 자리를 잃을까봐 시키는대로 했는데 불안정한 근무시간 때문에 잠이 항상 부족하고 무기력하다"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적은 돈을 벌기위해 더 열심히, 더 큰 위험을 감수하며 일하는 청년들이 넘쳐난다.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이 오히려 생계를 위협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남들이 잘 때 깨어있어야 하는 '야간 알바'가 늘어나면서 청년들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지난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 국제 암연구소는 심야노동을 2급 발암요인으로 규정했다. 심장병, 돌연사, 유방암 등 각종 질병과 심야노동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2000년대부터 꾸준히 발표돼왔다.

야간 노동으로 인한 건강 문제 뿐만이 아니다. 정해진 근로시간보다 일찍 퇴근하도록 해 임금을 깎는 '꺽기' 관행과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실수들을 빌미로 무급 연장근무나 손해배상을 강요하는 행태 역시 청년들의 생계와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편의점 야간알바를 하고 있다는 전 씨는 "야간알바로 수면이 부족하면 실수를 할 확률이 높다"며 "실수한 부분에 대해 임금이 계속 깎이다 보면 원래 받아야 할 돈의 절반도 못받는 경우도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러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실수하면 임금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하거나,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더라도 실수를 임금에서 차감하는 것은 불법이다.

한지양 하나노무법인 노무사는 "명백하게 사업장에 손해를 끼친 책임이 알바생에게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순 실수로 임금을 고용주 임의로 반영해 삭감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업체 측의 잘못을 알바생에게 뒤집어 씌워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연장근무를 시키거나 본인의 돈으로 보상하라는 요구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원칙적으로 청소년의 야간근로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원칙일 뿐 지금도 '불야성'인 도시 어딘가에서는 청소년들이 수면부족과 싸우고 있다. 게다가 성인 노동자의 야간근로에 대한 규제는 아예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비정규 근로가 대부분인 청년들의 심야노동은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을 만큼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혜정 알바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밤샘알바는 노동자의 건강권 측면에서 올바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부당한 요구들이 주로 일어나는 때가 심야알바 시간대"라며 "청년들의 생계와 기본권 보장을 위해 정부가 야간노동을 줄이려는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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