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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알바]"4대보험 안되는 일자리 찾아요"…생존 위해 기본권 포기하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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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4대 보험 적용 안되는 일자리 찾아요."

국민연금고 건강·고용·산재보험을 아우르는 4대 보험은 주 15시간·월 60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에게 부여되는 사회보장제도다. 4대 보험은 사회안전망인 동시에 안정적이고 번듯한 일자리로 평가되는 기준이 되고 있다. 그래서 당연히 가입해야하고 근로자들도 이에 대한 보장을 당연시하지만 이 4대 보험을 거부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20대 청년 이재민(20) 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씨는 왜 최저생계와 의료를 보장한다는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일자리를 꺼리는 것일까.

이 씨는 현재 오토바이 배달부터 택배 상하차, 배달대행까지 3~4개의 아르바이트(알바)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 씨에게 아르바이트란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비용이나 용돈 벌이가 아닌 생존 수단 그 자체다. 기초생활수급가정 청소년으로서 열여섯에 학교까지 그만두고 '생계형 알바'에 뛰어든 이 씨는 일부러 열악한 일자리를 찾고 있다. 소득이 파악되는 일자리는 오히려 생계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씨는 "알바 소득이 드러나 행정기관이 파악하게 되면 소득 인정액이 늘어나 기초생활수급자의 수급자격이 박탈되거나 수급비가 깎일 수 있다"면서 "일을 하지 못하면 수급비만으로는 당장 내일의 생활이 어려운 형편이라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거나 소득신고를 하지 않은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소득신고를 하지 않는 일자리는 그만큼 위험할 수밖에 없다. 무리한 업무로 몸을 다치거나 부당한 요구를 받아도 보상받거나 호소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 씨는 "야간수당, 휴일노동수당 등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에 대해 주장하고 싶어도 당장의 일자리 때문에 침묵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수면부족으로 업무 중 교통사고가 났을 때도 산재처리는 커녕 다친 몸으로 일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생계급여 지원비는 최고 43만7454원(1인가구 기준)으로 소득 등 재산 기준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금액이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이 씨의 경우 본인 한 사람으로 따질 때 42만1860원을 생계급여로 받고 있어 소득인정액은 1만5594원에 불과하다. 신고 소득이 1만5594원을 초과하면 그만큼의 생계급여가 차감된다. 결국 소득이 노출되는 일을 하면 할수록 생계급여가 깎이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또다른 기초생활수급자인 최두훈(24)씨는 현재 대학을 휴학하고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낮에는 카페, 밤에는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다. 최 씨가 알바로 한 달에 버는 돈은 60만원이다.

기초생활수급자에서도 대학생의 경우는 대학생특례공제에따라 30만원 기본공제 후 30% 추가공제가 가능하다. 최 씨의 최종 공제액 21만원이 생계급여에서 차감된다. 결국 최 씨가 기초생활수급비와 알바비를 합해 한 달에 받는 돈은 80만원 남짓. 최 씨는 "월세와 생활비를 빼고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며 "생계와 대학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되는 상황인데 좀 위험하더라도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알바를 구할까 생각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스스로 노동자로서의 기본권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안전망의 그늘을 해소하기 위한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생계형 알바에 뛰어든 청년들이 처한 문제적 상황은 단지 복지제도나 노동행정 측면에서만은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에 대한 답은 누군가가 마련해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현장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팔을 걷고 머리를 맞대 찾아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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