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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펄떡펄떡 생동하는 삶…능선따라 굽이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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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최북단 고성 새해여정-금강산으로 가는 길목…겨울포구와 산으로 떠나는 희망

동해안 최북단 고성은 활기차면서도 애잔하다. 남북관계로 출항을 못하거나 어획량이 줄어도 그곳에서 삶을 일구는 이들의 모습엔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거진항의 아침, 갓 잡아 풀어놓은 생선들이 펄떡 펄떡 기운을 토해낸다.

동해안 최북단 고성은 활기차면서도 애잔하다. 남북관계로 출항을 못하거나 어획량이 줄어도 그곳에서 삶을 일구는 이들의 모습엔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거진항의 아침, 갓 잡아 풀어놓은 생선들이 펄떡 펄떡 기운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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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반암해변의 아침노을이 따뜻하다.

바다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반암해변의 아침노을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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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진항에서 만난 한 상인이 경매받은 곰치와 도장치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거진항에서 만난 한 상인이 경매받은 곰치와 도장치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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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가 끝난 대진항, 한 쪽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아낙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경매가 끝난 대진항, 한 쪽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아낙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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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화암산 성인대에 서면 북설악의 장쾌한 풍광이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한발 물러나 조망하는 울산바위의 웅장한 모습과 푸른 동해바다가 인상적이다.

금강산 화암산 성인대에 서면 북설악의 장쾌한 풍광이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한발 물러나 조망하는 울산바위의 웅장한 모습과 푸른 동해바다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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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고성 화진포 해변의 풍경

겨울 고성 화진포 해변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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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고기잡이에 나선 배들이 밝힌 불빛이 수평선을 물들입니다. 호흡 척척, 손발 척척 나란히 그물을 걷어 올리는 어부의 주름진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금빛 물결을 따라 항구로 돌아온 뱃사람들이 금싸라기 같은 생선들을 부둣가에 쏟아냅니다. 그물에 잡힌 도치와 곰치, 명태, 참송어 등이 펄떡 펄떡 기운을 토해냅니다. 아침을 가르는 경매 소리와 어부들의 바쁜 손길들로 포구는 시끌벅적합니다. 경매에 모여든 상인들로 어판장은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싱싱하게 살아 움직입니다. 경매받은 생선을 양손 가득 들어 보이는 할머니의 표정엔 삶의 활력이 느껴집니다. 바로 '사람 사는 냄새'입니다. '못난이 삼형제'라 불리는 도치, 곰치, 장치는 명태가 사라진 강원도 고성의 겨울철 효자 어종입니다. 포구를 돌아보고 출출해진 배는 겨울별미인 곰치국과 도치알탕 한 그릇이면 산해진미도 부럽지 않습니다. 씹을 것도 없이 후룩후룩 넘어가는 데다, 시원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일품입니다.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봉우리가 시작된다는 화암사 성인대는 꼭 올라보시길 바랍니다. 울산바위를 비롯해 북설악 일대의 전경과 동해바다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특급 전망대입니다. 겨울 고성의 즐거움은 또 있습니다. 거세진 파도가 갯바위를 두드려대는 해안도로를 느긋하게 달려도 좋고, 호젓한 백사장을 거닐어도 충분합니다. 새해가 시작된 지도 10여일이 지났습니다. 동해안 고성으로 새해여정을 떠나봅니다. 최북단 뱃사람들의 삶의 현장에서, 설악의 칼바람 속에서도 번쩍 정신이 들게 하는 청량한 기운이 가득합니다.

◇동해 최북단 포구마다 넘치는 힘…새해도 희망을 낚는다
고성 최대의 항구인 거진항은 활기차다. 이른 새벽 거진항 너머 수평선 위로 고기잡이에 나선 배들이 밝힌 불로 바다는 대낮이다. 일출의 금빛 물결을 따라 항구로 돌아온 뱃사람들이 금싸라기 같은 생선들을 부둣가에 쏟아낸다. 생김새가 심통 맞게 생긴 생선이 쏟아져 나온다. 고성의 못난이 삼형제로 불리는 도치, 곰치, 장치다. 한때 명태의 천국으로 불렸던 거진항이지만 명태가 사라진 그 자리를 제철 맞은 못난이 삼형제가 대신하고 있다.
거진항에 어판장에서 경매를 기다리는 도치(왼쪽)와 곰치

거진항에 어판장에서 경매를 기다리는 도치(왼쪽)와 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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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가르는 경매 소리와 모여든 주변 상인들로 포구는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싱싱하게 살아 움직인다.
올챙이를 뻥 튀겨 놓은 듯 '불친절'하게 생긴 도치가 가장 많이 거래된다. 경매가 끝난 도치와 곰치는 대부분 인근 식당으로 팔려간다.

"예년보다 못하지만 요즘 도치가 가장 많이 잡히고 곰치는 귀하게 올라온다"면서 "그래도 바다 일이 천직이니 올 한 해도 열심히 그물질을 해야죠." 어판장에서 만난 어부는 어획량이 준 것보다 앞으로의 희망을 이야기했다.

긴 장화에 고무장갑으로 무장한 어부들은 뜰채를 움켜지고 고기를 나르는 데 여념이 없고 다른 한 쪽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아낙의 손놀림도 점점 바빠진다.
생선을 큰 고무그릇에 풀어놓고 행인의 발길을 붙잡는 상인의 손길에서도 삶의 활력이 느껴진다.
고성의 겨울별미인 곰치국은 묵은지를 넣어 끓여 시원하면서도 개운하다.

고성의 겨울별미인 곰치국은 묵은지를 넣어 끓여 시원하면서도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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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찬 포구를 봤다면 이젠 겨울별미를 맛볼 차례. 거진항과 대진항에는 추위에 언 몸을 뜨끈한 국물로 달래줄 식당이 많다. 주로 파는 음식은 곰치국과 도치알탕이다. 추위를 단번에 날려주는 곰치국은 두말할 필요 없는 인기 메뉴. 이름 그대로 주재료는 곰치다. 우리나라 해안 전역에서 잡히는데 부르는 이름은 차이가 있다. 동해에서는 곰치 또는 물곰, 남해에서는 물메기, 서해에서는 물텀벙이라고 부른다.

곰치가 사랑받는 건 오직 '맛' 때문이다. 포악한 성격과 못난 외모와는 달리 혀끝에서 녹아내리는 부드러운 속살과 시원한 국물 맛이다.

남해에선 맑은탕으로 내지만 최북단 고성은 묵은지를 넣어 끓여낸다. 걸죽하면서도 칼칼한 곰치국은 시원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도치알탕은 암컷의 알과 내장, 데친 도치 살과 함께 끓여내는데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씹을 것도 없이 후룩후룩 넘어가는 데다 부드럽게 씹히는 알의 식감이 재미있다.

고성 사람들이 도치를 즐기는 방법은 알탕 외에 몇 가지가 더 있다. 숙회와 무침, 알찜이다. 수컷을 끓는 물에 데친 뒤 적당한 크기로 썰어 살짝 익히면 도치숙회가 된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쫀득하고 꼬들꼬들한 식감에 깜짝 놀란다.

장치는 사나흘 말려 꾸덕꾸덕해지면 콩나물을 넣고 매콤하게 찌거나 무를 넣고 조린다.
화진포 바닷가를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갈매기

화진포 바닷가를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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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진항에서 화진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 비록 짧지만 파도가 넘실거리는 갯바위를 따라 달리는 맛은 매혹적이다.

거진항에서 화진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 비록 짧지만 파도가 넘실거리는 갯바위를 따라 달리는 맛은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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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항에는 국내 최북단 유인 등대인 대진등대가 있다. 등대에 올라서면 대진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에는 북녘 해금강까지 보인다. 늘어선 배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파도에 고개를 끄덕인다. 갈매기들도 정박한 고깃배들 사이로 오가는 날갯짓이 여유롭다.

해안도로를 달리는 드라이브도 고성여행의 즐거움이다. 거진항에서 화진포로 이어지는 구간이 바로 그곳. 비록 짧지만 파도가 넘실거리는 갯바위를 따라 달리는 맛은 매혹적이다.

'겨울 바다로 가자 메워진 가슴을 열어보자…/너에게 있던 모든 괴로움들은/파도에 던져버려 잊어버리고…/겨울 바다로 그대와 달려가고파' 푸른하늘의 '겨울바다'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거진항 조금 못 미처 만나는 화진포는 강과 바다가 닿는 곳에 생긴 석호다. 넓은 갈대밭 위로 철새가 날아드는 화진포는 겨울 바다 못지않은 서정을 전한다. 이승만, 이기붕, 김일성 등 남북의 권력자들이 사용하던 별장도 있다.

◇금강산 화암사 성인대에 서면 속세 번뇌 사라져…눈앞 울산바위 장관
설악산의 끝자락이자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첫 봉우리라는 신선봉 아래 숨듯이 들어서 있는 절집이 있다. 금강산의 사찰 중 가장 남쪽에 있는 화암사다.
성인대에서 바라본 북설악의 울산바위

성인대에서 바라본 북설악의 울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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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바다와 접한 동부전선 이남의 산릉은 뭉뚱그려 설악산으로 부르지만, 옛날엔 이 절이 위치한 곳까지 금강산 자락에 속했던 것 같다. '금강산 팔만구천 암자의 첫째 절'이라고 안내문에 적혀 있다. 하지만 위치로 보아선 금강산 막내절이란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金剛山 禾岩寺(금강산 화암사)'라는 현판이 걸린 일주문을 지나 절집으로 간다.
경내에 들면 절의 자리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험한 기세의 골산(骨山)인 설악산 비탈이 동해 쪽으로 펴지기 시작하는 곳, 멀리 동해바다의 둥근 수평선이 열려 있는 곳에 절집이 앉아 있다.

화암사를 찾았다면 수바위와 성인대는 꼭 올라보자. 성인대란 이름은 설악 쪽으로 내민 암봉 끝에 불상 모양의 바위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해발고도는 645m로 설악의 이름난 봉우리에 감히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럼에도 이곳은 울산바위를 비롯해 북설악 일대의 전경과 동해바다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특급 전망대다.

화암사에서 성인대까지는 원점회귀의 산행코스가 잘 다듬어져 있다. 수바위 쪽으로 올라 성인대를 거쳐 절집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거리가 4.1㎞ 남짓. 길은 간명하다. 화암사로 드는 금강교 앞에서 다리를 건너지 말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숲길을 찾아가면 된다.
성인대에 서면 저 멀리 동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성인대에 서면 저 멀리 동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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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대까지는 숨을 골라야 하는 가파른 구간이지만 거칠지는 않다. 스님들에게 매일 쌀을 내주었다는 전설을 품은 수바위가 가장 먼저 반긴다. 볏가리 모양 같다고 해서 처음엔 화암(禾岩)이라고 불렸다. 절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그런데 이 '화'자가 거듭된 화재와 관련이 있다고 해서 뒤에 물 수(水)자로 바꿨다. 여하튼 그 모습이 무척 당당하다. 이어 갈라진 바위가 마치 퍼즐처럼 생긴 '퍼즐바위'도 지난다.

숲길이 끝나고 성인대에 섰다. 거센 바람 휘몰아쳐 온다. 머리와 허리를 숙였지만 북설악의 세찬 칼바람이 뼛속까지 아려온다. 머리 들고 허리 폈다. 설악의 울산바위가 웅대하게 다가온다. 창처럼 일어선 거대한 바위들로 병풍을 세운 듯한 모습에 바람소리까지 합쳐지니 그야말로 울산바위는 압도적이다. 설악산 울산바위를 한발 물러서서 호젓하게 감상하기로는 이만한 곳이 없다. 고개 돌리니 속초요, 고성 땅이다. 푸른 동해도 한눈에 들어온다. 왼편엔 울산바위, 오른편엔 금강의 성인봉. 화암사, 그 사이에 서 있자니 두 태산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산행을 마치고 나면 절집 마당에 있는 청정찻집 란야원에도 들러보자. 여기서 꼭 맛봐야 할 메뉴는 송화밀수이다. 송화 가루에 꿀을 섞었는데 그 고소함이 일품이다.

향긋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문설주를 액자 삼아 바라보는 수바위의 풍경은 가히 절경이다.

고성(강원도)=글ㆍ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고성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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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
서울에서 경춘고속도로 동홍천IC를 나와 44번 국도를 이용해 가다 인제를 지나 진부령을 넘어가면 거진항, 대진항이 나온다. 화암사는 미시령터널을 나와 요금소 지나 왼쪽 대명리조트 방면으로 가면 된다(요금소에서 4㎞).

▲먹거리= 거진항이나 대진항에는 곰치국과 도치알탕 등을 잘하는 집들이 많다. 거진항의 소영횟집(033-682-1929)은 생대구지리탕과 도치알탕을 내놓고 어전(033-681-5014)은 김치를 넣어 개운하면서도 시원한 곰치국과 제철 활어가 유명하다. 제비호식당(033-682-1970)과 대진항 금강산회집(033-682-7899) 도루묵찌개와 도치알탕을 잘한다.
동해안 일출

동해안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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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북방식 전통가옥의 원형이 잘 보전돼 있는 왕곡마을은 들러볼 만한다. 일출을 조망할 수 있는 공현진 옵바위와 청간정, 천학정 등도 좋다. 철새도래지로 잘 알려진 송지호와 금강산 천년고찰 건봉사도 빼놓지 말자. 최근 북핵 실험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고성을 찾는 사람들이 뜸하지만 금강산관광의 길목이다. 남쪽의 최북단인 통일전망대는 저멀리 북한의 해금강과 금강산을 조망할 수 있다. 출입통제가 될 때도 있어 사전에 전망대 출입여부를 확인 하는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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