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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거리에서'와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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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1995년 6월29일 오후 7시 가수 김광석은 방송 고별 콘서트를 갖고 있었다. 마지막 TV출연이 된 그 무대에서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를 부르면서 이렇게 말했다. “상식적이지 않은 것이 상식처럼 되어버리는 사회를 풍자한 노래입니다. 오늘도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졌더군요. 백화점이 무너져서 그 바닥에 900명이 들어있다고 하던데...” 이날 콘서트가 시작되기 직전 방송국의 TV에선 삼풍백화점 참사 제1보가 다급하게 쏟아졌다. 김광석의 아내 서해순도 이날 이곳에 들렀는데 사고 두시간 반 전에 나왔고 뉴스를 듣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삼풍 사고는 해방 이후 가장 끔찍한 인재(人災)였다(501명 사망 6명 실종). 그 즈음 대형 사고들이 줄을 이었다. 94년 10월21일엔 성수대교가 무너졌고(32명 사망) 95년 4월28일엔 대구 지하철에서 가스 폭발사고가 났다.(101명 사망, 145명 부상) 공기(工期) 단축을 실력으로 여기던 시절, 대충대충 짓고 부품값을 빼먹고 눈가림하고 체계없이 뚫고 뒤엎던 부실공사들이 거대한 재앙이 되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부실은 한 사람의 내면에서도 진행되고 있었을까. 김광석은 ‘거리에서’를 부르기 전 이런 말을 했다. “노래말이 슬프면 인생살이도 그렇게 된다고 해서 한 동안 안 불렀던 노래입니다.” 그 말이 예언이 됐다. 96년 32번째 생일을 보름 앞둔 1월6일 새벽 그는 내뿜는 담배연기 가닥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그곳으로 떠나버렸다.

그리운 그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그 곳으로 떠나버린후
사랑의 슬픈 추억은 소리없이
흩어져 이젠 그대 모습도
함께 나눈 사랑도 더딘 시간속에
잊혀져가요

김광석 노래 '거리에서'의 노랫말 일부

마음의 축대가 무너지고 의욕의 나사가 달아난, 어두운 계단에 서있던 ‘서른 즈음’ 한 가수의 내면에 대해 우리가 아는 건 그리 많지 않다.

"검은 밤의 가운데 서있어 한 치 앞도 보이질 않아.“ 그의 노래 ‘일어나’의 첫 대목은 고독하고 참담하다. ‘노찾사’로 데뷔해 ‘동물원’을 거치며 주목을 받았고 ‘라이브 1000회 공연’의 기록을 세운 실력파. 젊은 영혼의 미세한 통증을 집어낸 노래들은 오랜 울림을 남겼다. 2000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선 인민군 오경휘중사(송강호 역)가 그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를 듣고 이렇게 말한다. “오마니 생각나는구만. 근데 광석이는 왜 그렇게 빨리 죽었대니? 그를 위해 딱 한 잔만 하자.”

김광석이 타계한 뒤, 딸 서연(25세)은 아내 서씨와 함께 미국 버지니아에 머물렀다. 서씨는 시댁의 가족들과 저작권 소송을 벌였는데, 법원은 2008년 6월 29일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등 4개 음반과 앞으로 제작될 음반 저작권은 아내 서씨와 딸에게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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