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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구로동 농지 '재재심' 50년만에 원주민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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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 농지 빼앗긴 뒤 민·형사 소송 이어져…원주민, 땅 돌려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구로동 일대 농지를 국가에 빼앗겼던 원주민들이 이례적으로 '재재심' 절차를 거쳐 50년만에 승소를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이기택)는 채모씨 등 1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재재심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채씨 등은 대법원 재심 판결을 통해 패소가 결정됐지만, 재재심 절차를 통해 승소가 확정됐다.
구로동 농지 사건은 민사소송, 형사소송 등 여러 차례의 복잡한 소송을 통해 논란이 이어졌던 사건이다. 구로동 농지는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42~1943년 군용지로 쓰겠다면서 강제로 수용한 땅이다. 광복 이후 1950년 3월 농지 개혁법 제정에 따라 농민들에게 분배됐다. 하지만 정부는 1953년 3월 다시 군유지라며 소유권을 주장했다.

정부는 1961년 9월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 조성을 위해 구로동 일대 30만평(약100만㎡) 부지 판잣집을 철거하고 원주민들을 내쫓았다. 원주민들은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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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등 원주민들은 1966년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정부는 '소송사기' 수사를 벌여 농민과 농지 담당 공무원들을 잡아들였다. 1968년 3월부터 1970년 7월까지 143명이 체포·구속됐다가 소송이나 권리를 포기한다고 약속하고 석방됐다. 41명은 기소됐다.
국가는 농민이 승소한 민사소송도 재심을 통해 다시 판단을 구했다. 대법원은 1989년 종전의 판결을 취소하고 재심 판결을 통해 국가의 승소를 확정했다. 농민 승소의 근거가 된 공문서가 조작됐다는 형사재판 결과가 이미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농민을 불법적으로 연행해 가혹행위를 했다면서 '소송 사기' 사건에 대한 재심을 권고했다. 유죄 판결을 받았던 농민 26명 중 23명은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됐다. 농민들은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되자 민사소송 재심을 다시 심리해달라는 '재재심'을 청구했다.

이번 사건은 이례적으로 '재재심'이라는 절차를 통해 결정됐다. 대법원은 국가 승소 판결을 취소하라고 판단한 '재재심' 원심을 받아들여 농민들의 승소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종전 재심청구에 관해 다시 심리한 결과 원래의 확정판결에 재심사유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재심판결을 취소하고 종전 재심청구를 기각하여야 하며, 그 경우 재심사유가 없는 원래의 확정판결 사건의 본안에 관하여 다시 심리와 재판을 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심판결에 대해 다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지, 이때 법원은 어떻게 심리·판단해야 하는지에 관한 대법원 최초의 판결"이라며 "재심판결이 취소되고 피고의 재심청구가 기각되면 재심판결로 인해 취소됐던 종전의 확정판결(원고 승)이 되살아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농민들은 결국 1966년 대법원 1차 판결이 나온 이후 두 차례 더 대법원 선고를 거쳐 승소했지만 땅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농지법 개정에 따라 토지 소유주 등기부 취득시효 완성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분배농지에 대한 농지대가상환은 법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에 완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법원은 소유권이전등기청구는 기각하고 손해배상청구만 인용하는 선고를 내렸다. 대법원도 유사한 사건을 심리 중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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