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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조형물은 삶을 치유하는 매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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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詩語를 조형예술에 담은 오태원 작가

물이 갖는 무한함과 시의 결합…바다미술제서 대형작품 전시 화제
물방울 테마로 설치, 영상 등 복합매체 활용한 작품 선보여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어쩌면 우리 몸은 하나하나의 영혼이 담긴 물방울을 담은 그릇일지도 모릅니다. 여러 형태와 형상으로 변화하지만 세계를 보듬어 안아 위로하고 다독이는 영혼의 물방울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물방울 하나에 수 천 개의 빛을 담고 또 그 안에 담긴 인생의 의미를 담론으로 이어가는 오태원 조형예술 작가(42)의 노트 속 한 구절이다. 지난해 9월 부산 바다미술제에서 '천 개의 빛, 천 개의 물방울'이란 주제로 대형 설치물을 보여준 작가는 당시 고은 시인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이후 12월엔 물방울을 테마로 한 입체조형물과 영상, 이미지 작업을 보여주는 갤러리 초대전(Drops of soul, 드롭스 오브 소울)도 열었다. 국내 대중에겐 다소 생소한 조형ㆍ설치예술 분야에서 묵묵히 일관된 주제를 선택해온 그가 새해를 맞아 한국에서의 전시 활동과 고은 시인과의 작업 뒷이야기,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줬다.

1일 오 작가는 "물이 갖고 있는 무한하면서 자유로운 특성에 상징과 해석을 부여하고 그 의미들을 물리적 형태로 드러내는 작업들을 해왔다"며 "물방울 속 안에는 수많은 (삶의) 눈물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작업의 핵심 소재가 되는 물은 형태를 가지는 물(물방울)과 형태를 지니지 않는 물(영혼)로 구분된다. 또 물결이 칠 때 (물방울은) 탄생의 순간을 경험하고 곧이어 다른 물방울이 생겨나면서 '시간의 개념'이 생겨난다. 이처럼 시간차를 두고 생겨나는 다른 물방울로 인해 수량과 공간의 개념도 탄생하는데 이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내부와 외부의 상호작용과 소통을 통해 공간의 새로운 경계와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해석이 다소 어렵다는 기자의 말에 작가는 "물방울에 대한 감상은 보는 이의 눈높이와 주관적 심미안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며 "삶의 애환이 담긴 물방을 하나가 치유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바다미술제 당시 고은 시인과 함께 한 작업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바다미술제에서 선보였던 작품은 길이 18m, 폭 4m, 높이 3.5m 크기의 터널형태 설치물인데 거울처럼 사물이 비춰 보이는 가로 패널 위에 '고은 시 전집'에서 선별한 동사형 시어 100개가 아크릴 물감으로 써졌다. '너는 네 사랑하는 모습이어라' '꽃 피어나리라' '그리운 것을 그리워하라' 등 마음을 움직이는 시어와 함께 천정에서 하늘거리는 물방울 조형물을 보며 관람객이 스스로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게 했다. 특히 밤에는 오로라 빛 조명 연출과 비즈 장식으로 밤하늘에 무수히 쏟아지는 별빛이 물방울을 감싸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는 작가가 프랑스 유학 시절 사막을 여행하며 바라본 밤하늘을 떠올리며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시인의 전집을 일일이 뒤져가며 어렵게 시어를 골랐지만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씻은 듯 가셨다고 한다.

그는 "천 개의 투명한 물방울들이 낮에는 자연의 빛과 만나 반짝이고 밤에는 조명이 발하는 빛과 만나 우주의 형상으로 이미지화됐다"며 "이후에도 조형과 설치, 영상, 평면 등 복합매체를 두루 활용해 형상화된 물방울의 본질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가는 평면과 입체 작업에 이어 선보인 '드롭스 오브 소울(Drops of Soul)' 영상작업에서 강렬하게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생성하는 물방울로 영혼의 강인함을 표현했다.

'Drops of Soul' 전시회에서 선보인 물방울 설치물.

'Drops of Soul' 전시회에서 선보인 물방울 설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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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선보인 작품들에 대해 작가는 "물의 안과 밖의 세계를 시공간을 초월한 여러 겹의 삶이 보듬어 안고, 동시에 물방울이 겹겹이 쌓인 삶의 애환과 상처들을 어루만져준다는 의미에 주목했다"며 "조형물이란 결국 우리와 함께 공존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와 소통하는 일상적인 것"이라고 해설했다. 이어 "물에 담긴 의미와 해석은 열린 문처럼 끊임없이 추가되고 확장될 것"이라며 "물과 빛을 소재로 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계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싶다"는 계획을 전했다.

오 작가는 프랑스 국립파리8대학 조형예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 미술대 서양학과 석사과정을, 홍익대 일반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프랑스 파리에 머물며 '스튜디오 KC(2006년)' 'Ecole Buissoniere - 에꼴뷔쏘니에(2005년)' 'Village Daguerre(2005년)' 등 현지 초대전에 참여했으며, 국내에서는 'Drops of soul(2015년)' 'Natural intensity(2014년)' 'Mystique Watery(2013년)' 'The Stream of Memory(2011년)' 등에 참여했다. 이외에도 국제 아트페스티벌을 비롯해 '2015바다미술제' '열린국회아트페스티벌(2015년)' 등 85여회의 단체전에 참가했으며 공연무대미술ㆍ디자인 작업, 전남대 강의도 병행하고 있다. 2011년엔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 매입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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