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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청년퇴직과 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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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증권부장

전필수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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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때였다. 주위에 희망퇴직을 하는 친구들이 여럿 있다 보니 화제가 기업의 구조조정 얘기까지 이어졌다. 이때 30대 초반인 사촌동생이 믿기지 않은 말을 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내 친구도 이번에 짤렸대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바로 쏘아붙였다.

"네 친구면 기껏해야 이제 막 대리가 됐을텐데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되는 게 말이 되냐. 사고쳐서 짤려 놓고 창피하니깐 희망퇴직 대상자가 됐다고 하는 것 아니냐."

희망퇴직이 전반적으로 이뤄진 여의도 증권가를 봐도 빨라야 30대 중후반의 과장급이 대상이 되고, 대부분 40대는 돼야 구조조정 대상인데 이제 겨우 입사 5년차 안팎의 젊은 직원들까지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사실이라고 우기는 사촌동생을 연륜으로 밀어부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로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다음 설에 만나면 이 동생에게 사과부터 해야 하게 생겼다. 한 유명 대기업이 입사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20대 초반의 직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시켜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20대까지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판에 30대가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는 건 전혀 생뚱맞지 않은 일이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이제 갓 입사한 젊은 직원들까지 구조조정을 할까 싶지만 위기 상황에 사람부터 정리하는 것은 상책은 아닌 듯하다.

진시황의 진나라가 패망한 후 한 고조 유방의 처지는 매우 어려웠다. 수도 함양을 점령했지만 항우에 밀려 서쪽 구석으로 밀려나야 했다. 천하의 패권은 항우가 쥐고 있었고, 유방의 세력은 미약했다. 하지만 유방은 한신을 비롯한 인재들에게 적극 투자했다. 항우 밑에서 말단에 있던 한신을 파격적으로 대장군으로 기용하면서 천하통일의 발판을 놨다.

창업공신인 왕릉은 유방이 천하를 제패한 요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폐하는 오만하여 사람을 업신여기고, 항우는 인자하여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폐하는 성을 공격하게 해서 점령하면 그곳을 그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반면, 항우는 전투에서 승리해도 그 공을 돌리지 않고 땅을 얻어도 그 이익을 나누어주지 않았습니다."

작은 정을 주는 것보다 확실한 보상을 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위기일수록 사람에 투자해야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을 듯하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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