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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후퇴하는 방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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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내 방산기업의 태동은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개인화기와 탄약의 생산능력을 보유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육군특별부대 산하에 육군병기공창을 창설했다. 하지만 마땅한 공장시설 하나조차 없었다. 일본군이 사용하던 조병창이 있었으나 공장상태는 열악해 복구조차 힘들었다. 결국 국방부는 유환상공주식회사의 용산공장과 조선유지 주식회사의 인천공장을 사들여 일본군 99식 소총의 부속품과 수류탄을 제작했다.

하지만 1950년 6ㆍ25전쟁이 발발하면서 방위산업은 일시 후퇴했다. 전쟁을 겪은 국방부는 방산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1952년 제 1ㆍ2공장을 조병창으로, 과학기술연구소를 국방과학연구소로, 기술자 양성을 위한 기술원양성소 설립하게 된다.
방위산업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다시 일어선다. 1960년대 후반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대(對) 한반도 전략을 수정하면서 한국에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내밀자 박 전 대통령은 "우리 손으로 무기를 직접 만들어 자주국방을 이룩하자"며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설립한다. 또 방위산업의 육성을 위해 자신을 총책임자로 한 '방위산업 확대 진흥회의'도 매월 개최했다.

방위산업육성을 위한 산업공단도 만든다. 박 전 대통령은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 등 15명의 각료를 모아놓고 산업공단(산단) 개발도 지시했다. 산단 개발을 위해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과 민석홍 전 대우그룹 전무도 투입되면서 만들어진 산단이 바로 창원산단이다. 1974년 문을 연 창원산단에 처음 둥지를 튼 방산기업은 기아기공(현대위아), 대한중기(세아베스틸), 통일중공업(S&T중공업), 제일정밀(퍼스텍), 대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등이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방산기업들은 1년이 넘는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에 휘청거리고 있다. 아예 방산을 포기한 기업들도 있다. 그룹 매출의 1%가량을 차지하는 방산분야가 그룹의 이미지를 망가뜨린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해 삼성은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를 한화에 매각했다. 올해 두산은 그룹내 방산을 담당하고 있는 두산DST 보유지분 51%를 매각해 동대문 두산타워에 1만7000㎡ 의 '두타 면세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김영섭 신임 사장이 취임한 LG CNS은 국방사업부를 폐지하고 '실용주의 경영'을 선언했다. LG CNS와 맞수경쟁을 벌이던 삼성SDS도 올해 미래 신사업 육성이란 목표를 내세우고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해 국방사업을 정리할 조짐이다. SK C&C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SK C&C에 취업한 예비역 공군 준장 출신인 권 모 전 상무가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과 공모해 연구개발비를 부풀린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해외무기 도입과정에서 벌어진 개인비리를 방산비리로 싸잡아 비난하면서 애꿎은 국내기업만 힘들어졌다"고 하소연이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뿌리를 뽑고 단호히 대처해야한다. 하지만 과거 '율곡비리'처럼 확실한 인상을 남기겠다며 성과주의식 수사를 한다면 '자주국방'은 6ㆍ25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점을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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