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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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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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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년 3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총 1166조374억원이라고 한다. 가계당 평균 가처분 소득을 훨씬 넘는(138%) 부채 규모지만 소득이 높고 자산 규모가 큰 고소득층이라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계층은 소득 3분위와 4분위, 이른바 전통적 중산층이다(소득 최하위인 1분위는 아예 부동산 담보대출 대상이 되지도 못하므로). 4분위 계층의 부채상환비율은 무려 44%, 소득의 거의 절반 정도를 부채를 갚는 데 쓰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동산 담보대출의 상환구조는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한꺼번에 돈을 갚는 형태가 대부분이어서 더 정확하게는 이들이 번 돈의 절반을 이자를 갚는 데 쓰고 있다는 뜻이다. 3분위 계층 역시 이들과 비슷한 사정이기 때문에 부채의 무게 때문에 우리나라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면 가계부채만 문제일까. 한국 경제에 좀 더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는 문제는 기업들의 부실채권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전체 외부감사 법인 2만6000여개 가운데 절벽 끝에 몰려있는 한계기업, 즉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돼 언제 부도가 날지 모르는 '좀비기업'의 비율이 15%나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13%보다 오히려 늘어난 숫자다.

기업부실은 해운과 조선 등 일부 산업에서 시작돼 STX,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으로 본격화됐고 다른 산업분야로 확산되는 추세다. 올해는 부실징후 대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가 유통시장에서 잘 안 팔리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불안감이 발행시장으로까지 옮겨졌다. A급 신용을 가진 대기업들의 회사채가 아예 발행조차 잘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이자를 높여준다고 해도 회사채가 발행되지 않으면 부채의 차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몇몇 기업들의 자금난이 내년이면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기업들의 부실화는 상호지급보증으로 얽혀있는 수많은 계열사, 협력업체, 거래업체들 모두에게 타격을 주고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에 부실이 전이되며 해당 금융기관들과 거래하는 멀쩡한 다른 기업들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바로 과거 우리나라가 여러 차례의 위기에서 경험했던 시스템 위기(system risk)다.
따라서 부실 규모가 큰 대기업의 경우 선제적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손실을 볼 건 보고 출자전환할 것은 하고 부실 사업부문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 부실을 빠른 속도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중요하고 금융에 강한 리더십이 있어야 하며 필요한 법이 빨리 통과돼야 하는데 국회는 내년 총선과 관련한 이해관계 때문에 밥그릇 싸움에 정신이 없고 공무원들은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져 있다. 1997년 외환위기 같은 초유의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조차 나중에 개인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좋지 못한 선례들이 있어 아무도 책임지고 초대형 기업부실들을 선제적으로 조정하거나 리더십을 발휘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정권에서 정권으로 이어지는 정책 실패-예산낭비로 정부부문까지 부채가 커지고 있다. 정부부채에 대해서는 굳이 숫자를 동원할 필요조차 없다. 베이비부머 세대 720만명의 인구가 빠져나가 은퇴기에 접어들었으니 그만큼 경제성장은 하락하고 이들이 80세, 90세까지 유병장수하면서 받아가게 되는 사회복지 비용, 건강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계와 기업과 정부 모두가 빚내서 살아가고 있는 이 부채행진이 언제 끝나게 될까. 그리스처럼 외환위기라는 형태로 찾아올까. 아니면 유럽이나 일본처럼 재정위기라는 장기적 불황의 형태로 찾아올까. 몇몇 남미 국가들처럼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도 아무도 사주지 않아 식물정부로 전락한 형태로 찾아오게 될까.

분명한 사실은 아직 시간 여유가 있을 때 파국을 피하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빚으로 벌이는 잔치는 언젠가는 반드시 끝나는 법이므로.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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