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투자로 1조2300억"…아직도 이런 말에 '덥석'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 애플리케이션(앱)은 세계 81개국 언어로 번역이 되는 메신저입니다. 2017년이면 회원이 30억명으로 늘 것이고, 회사 가치는 510조원에 다다를 것입니다. 페이스북, 카카오보다 더 좋은 회사가 될 것입니다. 1억원을 투자하시면 1조2300억원을 벌 수 있습니다."
'이엘통'이라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대표 김모(55)씨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투자자들에게 써 먹은 말이다. 김씨는 이런 말로 117억여원을 끌어모았다.
그러던 김씨가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검찰이 확인해보니 김씨가 자랑한 앱은 이미 상용화에 실패한 프로그램에 몇 가지 기능을 추가한 조악한 상품이었다. 메신저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번역은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대체 누가 아직도 저런 말에 속을까' 싶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김씨에게 돈을 가져다 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의 거짓 선동에 모두 2700여명이 투자를 했다.
또다른 사례는 '이숨투자자문' 마케팅본부장 최모(39)씨 등이 저지른 일이다. 이들은 지난 3~8월 "돈을 맡기면 해외 선물투자로 3개월 뒤에 원금을 보장해주고 매월 약 2.5%의 투자수익금을 내어주겠다"는 선전문구로 1900여명을 모집했다. 모은 자금은 무려 1380억여원이다.
최씨 등도 검찰에 붙잡혔다. 후순위 투자자들에게서 돈을 받아 해외 선물투자에는 일부만 사용한 뒤 남은 돈 대부분은 선순위 투자자들에게 송금해주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획책하다가 적발된 것이다. "최씨 등은 처음부터 투자자들에게 원금 및 수익금을 반환할 생각이 없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희팔 다단계 사기'나 각종 금융ㆍ증권 투자사기 등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례가 때때로 투자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지만 많은 사람이 여전히 '꾼'들의 말에 속아넘어간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피해자 연령대는 20~30대 젊은층에서 60~70대 이상 노년층까지 다양하다.
금융ㆍ증권 등 투자 관련 범죄 수사를 주로 담당하는 한 검사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나홀로 투자결정'을 꼽는다.
그는 "가족이나 전문가와 투자 내용이나 방향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자기만의 생각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하는 경우 피해를 입는 수가 있다"면서 "그간 투자한 돈을 어떻게든 만회하겠다는 생각에 골몰한 나머지 상식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누가 봐도 사기인 말에 속아넘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전히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이 '음지에서 모험 하듯이' 투자 행위를 한다"면서 "'꾼'들은 보통 이런 시장을 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사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김씨와 최씨 등을 각각 지난달 30일 구속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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