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위원]스텔스 폭격기 'B-2'와 재래식 폭격기 'B-52'를 대체할 미국의 차세대 전략폭격기(LRSB. 장거리타격폭격기) 개발 사업자로 노스롭 그루먼이 선정됐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과 공군 지휘부는 지난 27일(미국 현지시각) 오후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차세대 폭격기 개발을 담당할 최종 사업자로 노드롭 그루먼을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 공군은 이 사업을 통해 적게는 80대, 많게는 100대를 확보해 오는 2025년까지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노드롭그루먼의 차세대 장거리타격폭격기

노드롭그루먼의 차세대 장거리타격폭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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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강국 러시아와 중국도 장거리 폭격기를 운용하고는 있지만 1950년대 기술로 개발된 것인데다 스텔스 폭격기가 없어 굳이 많은 돈을 들여 차세대 폭격기를 만들 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군비 현대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미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폭격기는 이미 '고물'이라는 논리가 우세했다. B-52는 1960년에 생산한 것이고 그 후계기인 B-1도 1970년대 중반 생산해 1980년대 배치한 것이며, 최초의 스텔스 폭격기 B-2도 양산한지 20년이 넘어 이런 논리는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다.


미국은 지난 20여년 스텔스 폭격기를 운용하면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세대 폭격기를 만드는 만큼 미국과 중소 간 폭격기 경쟁은 토끼와 거북이 간 경주로 바뀌는 양상이다. 미국은 차세대 폭격기를 단순히 폭탄만 떨어뜨리는 항공기가 아니라 폭격, 정보수집과 공유를 통한 전장관리,요격 등의 임무기로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LRSB는 중국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 구축한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무력화시키는 최선봉의 무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중급유중인 스텔스 폭격기 B-2 스피릿

공중급유중인 스텔스 폭격기 B-2 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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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RSB 사업권은 노드롭 그루먼 손에=그동안 차세대 전략폭격기 개발 사업을 따내기 위해 보잉-록히드 마틴 컨소시엄과 노드롭 그루먼이 치열한 물밑 수주전을 벌여왔다.


노드롭의 강점은 현재 유일한 장거리 스텔스 폭격기 B-2 스피릿을 설계, 제작한 회사라는 것이고 보잉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B-52폭격기를 생산한 업체이고 록히드마틴은 스텔스 전투기 F-35를 각 생산하고 있는 회사라는 게 강점으로 꼽혔지만 미공군은 노드롭 손을 들어줬다.


노드롭은 이미 스텔스 기술을 응용해 최초의 장거리 전략 폭격기 B-2 스피릿을 만들어 1987년7월 최초 비행에 성공했다. 이어 6년 뒤인 1993년 12월에 14대의 B-2가 미주리주의 화이트맨 공군기지의 작전 항공대에 배치됐다.


뒷날개와 수직 날개가 없는 부메랑 형태인 B-2는 복합재로 만들어진데다 동체에 레이더 흡수 물질을 바른 덕분에 전파 반사율이 B-52 폭격기의 100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레이더 망에는 중간 크기의 새 정도로 파악되는 등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폭격기'라는 명성을 얻었다.


게다가 항속거리가 6000마일에 이르러 전 세계의 분쟁지역에 재급유 없이 40시간을 비행할 수 있다. 정밀유도 무기, 재래식 폭탄, 핵폭탄, 순항미사일 등 16t가량의 폭탄과 미사일을 적재하고 수 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미공군은 노드롭을 통해 80~100대의 LRSB를 2025년부터 실전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개발 비용은 최소 550억 달러(한화 약 62조 원), 최대 800억 달러(90조 6800억 원)에 이르고 폭격기 1대당 목표 가격은 5억6400만 달러(6400억 원)로 각각 책정됐다. 미 공군은 시제기 21대의 연구개발비로 235억 달러와 순수 구매비 118억달러 등 모두 353억 달러(40조 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비용은 이를 크게 초과할 수 있다. B-2의 경우 당초 100대를 획득하려고 했지만 대당 가격이 20억달러에 이르면서 단 21대만 배치했다.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예산분석가인 토드 해리슨은 LRSB가 지금부터 25년 뒤 종료될 경우 프로그램 총 비용이 800억달러를 훨씬 넘는 1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LRSB는 업그레이드 가능한 스텔스 폭격기 =혹자는 차세대 폭격기를 B-3로 부르지만, 미공군은 공식 명칭이나 제원 등을 기밀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미 공군 윌리엄 라플란테 조달담당 차관보는 28일 기자들을 만나 "이 프로그램을 기밀로 하는 것은 적들이 방어책을 만들지 못하도록 우리가 하는 일의 이점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과거F-35 개발계획이 중국에 유출돼 중국의 J-31 스텔스기 개발에 활용됐다고 보는 미국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나온 말들을 종합해보면 LRSB의 윤곽은 그려볼 수 있다. 라플란테 차관보는 "우린 주요 플랫폼에서 이전에는 해보지 못한 것을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나 웨스 부시 그루먼 최고경영자(CEO)가 "B-2를 개발, 인도한 회사로서 우리는 공군에 아주 뛰어난 성능의 LRSB를 공급하길 고대한다"고 말한 것에 비춰보면 스텔스 성능에 새로운 성능이 추가될 것임을 짐작해볼 수 있다.


라플란테 차관보는 "이 폭격기는 처음에는 기존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F-35 등의 프로그램에 치명타를 가한 비용증가를 미리 방지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기존 기술이라고 해도 공개된 것은 아니며, 사람들이 아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처음에는 기본성능을 갖춘 폭격기를 제작하고 그다음에는 업그레이드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의 방산 전문매체 디페스원닷컴의 마커스 와이스버거 기자는 "이 폭격기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폭탄을 떨어뜨리는 장치가 아니라 모듈식 운영체계"라면서 "이는 이 폭격기가 향후 30년에 걸쳐 쉽고 값싸게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항공기의 리눅스가 될 것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견고한 업그레이드 계획을 짜놓으면 초도항공기부터 필요 없는 장치를 하려는 충동을 피할 수 있고 그것은 비용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우선 적당한 값에 폭격기를 출고시키고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면 그것을 시스템에 통합시키려는 구상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LRSB는 스텔스 폭격기에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것이 될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LRSB가 B-2보다 크기는 좀 작지만 항속거리와 폭장량은 대동소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B-2 폭격기보다 기체 크기가 절반가량 작고 중량도 4만 파운드(1.81t)가량 적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항속거리는 출격 후 중간급유 없이 러시아나 중국 등 장거리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5000마일(9260㎞) 이상이며, B61나 B63 수소폭탄을 16발까지 장착하고 합동직격탄(JDAM), 무유도 폭탄인 MK82 폭탄 등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1 랜서 폭격기

B-1 랜서 폭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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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RSB는 폭격·전장관리(통제)기=스텔스기에 관한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미국이 폭격기에 새로운 성능을 추가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폭격기 이상의 항공기가 될 게 분명하다.


디펜스원닷컴은 LRSB를 스텔스 폭격기, 정보 수집기, 요격기,전장관리 항공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내장 안테나와 표적 획득용 타케팅 포드, 컴퓨터의 고속 처리능력 덕분에 LRSB는 다재다능한 첩보기이자 공중지휘센터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1991년 이라크전 공중전을 입안한 퇴역 공군 중장인 데이비드 뎁튤라 미첼항공우주연구소(Mitchell Institute for Aerospace Studies) 소장은 "현재 우리는 과거에 비해 극히 적은 비용으로 센서와 처리능력을 추가할 수 있다"면서 "이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폭격기라고 이름붙인 것이 훨씬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LRSB를 폭격기보다는 '장거리 센서-슈터'라고 부르길 선호한다.


그는 연구소가 발표한 백서 '폭격기를 넘어서'에서 "각종 센서들을 갖추고 확장 가능하며, 이제는 더 이상 쇳덩어리 폭탄을 투하하던 구식 폭격기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물론 강력한 레이더와 지대공 미사일로 방어망이 촘촘하게 짜여진 밀집영공, 이를테면 중국과 러시아, 이란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서 수톤의 무기를 투하하는 스텔스 폭격기가 돼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정보 수집·폭격기 임무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B-1의 경우 고성능 카메라를 탑재한 타게팅 포드가 설치된 덕분에 이라크와 시리아 상공을 날면서 극단적 무슬림 집단인 ISIS 표적 정보를 획득해 나타나는 대로 폭격할 수 있게 됐다. 차세대 LRSB도 내장된 각종 안테나로 지상과 공중 등 전장정보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적의 동태를 손금 보듯이 파악하고 적의 레이더도 교란한다.


또한 항공기에 탑재된 고성능 컴퓨터는 정보를 고속 처리하고 다른 항공기와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뎁튤라 소장이 '전투(컴뱃) 클라우드'라고 부른 이런 고속 데이터 처리와 항공기간 공유로 군 지휘관과 전쟁 입안자들을 적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이 컴뱃 클라우드로 가능해지는 임무 중의 하나가 조기경보통제기(AWACS) 등이 해온 밀집공역 내의 전투관리다. E-3 AWACS 나 E-8 JSTARS와 달리 LRSB는 적에 탐지되지 않고 적 영공으로 침투해 정보를 수집, 고속으로 처리해 다른 항공기와 지상군, 위성에 제공하고나 명령을 내릴 수도 있고 항공기를 적의 은폐된 지대공미사일 포대로 유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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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강력한 레이더는 장거리 미사일과 결합할 경우 LRSB는 과거 크기가 좀 작고 기동성이 뛰어난 전투기가 맡았던 요격임무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디펜스원닷컴은 내다봤다. 최신 공대공미사일은 사거리가 100마일이 넘어 적 전투기를 충분히 격추할 수도 있다.


LRSB는 이런 구상대로 만들어진다면 장거리 미사일로 미국의 중국 본토에 대한 군사적 접근을 차단하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분쇄하기에 적절한 항공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데보라 L 제임스 공군장관도 "LRSB를 통해 공군은 '반접근 지역 거부'(A2AD) 라는 미래 위협 환경에서도 작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카터 장관도 브리핑에서 "LRSB는 미군의 미래 타격과 억지능력의 중추가 돼 미국의 국방전략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준 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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