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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KSTAR의 진정한 성공과 우리의 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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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정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 한국사업단장

정기정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 한국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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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5년 우리나라 정부는 꿈의 에너지원이라 불리는 핵융합 에너지 개발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핵융합 연구 분야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가 신소재 초전도 핵융합 장치인 KSTAR를 세계 최초로 건설하겠다고 했을 때, 세계의 많은 전문가들은 큰 의구심을 가졌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이런 부정적인 예상을 뛰어넘고 세계를 놀라게 하는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냈다. 2007년 '한국의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KSTAR 장치를 성공적으로 건설하고, 2008년 세계 최초로 단 한 번의 시운전 만에 최초 플라즈마 실험에 성공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었던 성과를 이룬 KSTAR는 이후 지금까지 매년 기록적인 연구 성과를 발표하면서 세계 핵융합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KSTAR 덕분에 핵융합 연구 착수 이후 2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위상은 세계 핵융합 연구를 리드하는 위치까지 올라와 있다. 우리나라의 달라진 위상은 핵융합 에너지 실용화를 위해 국제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동개발사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우리나라는 ITER 회원국 중 최초로 2014년 말 핵심 품목 중의 하나를 조달 완료하였을 뿐 아니라, 고급 전문 인력 양성과 미래 핵융합 발전을 위한 기술 확보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또한 KSTAR 건설 경험과 산업체 역량을 바탕으로 ITER 국제기구 및 타 회원국으로부터 3억달러가 넘는 수주를 달성하는 부수적인 성과도 얻었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ITER 국제기구에 납부한 현금분담금 1700억원에 비해 훨씬 많은 액수이다.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KSTAR를 통해 양성한 한국의 전문 인력들이 이제 ITER 사업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KSTAR 사업 총괄 책임자였던 이경수 박사가 최근 ITER 사업 기술을 총괄하는 ITER 국제기구 사무차장으로 선임됐을 뿐 아니라, 함께 KSTAR 건설을 이끌었던 연구자들 역시 ITER 장치 건설의 핵심 분야의 책임을 맡고 있다. 한국의 과학자 손에 ITER 사업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으로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전문 인력 양성이야 말로 KSTAR가 이뤄낸 진정한 성공일 것이다.
그러나 갈 길도 멀다. 현재 650여명으로 구성된 ITER 기구에 30여명의 한국 연구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ITER 기구의 인력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ITER 기구 정원의 9%가량을 파견할 수 있어 추가 인력 파견이 가능하지만 우리가 경쟁력 있는 인력을 미리 양성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파견은 어렵게 될 것이다. 우리 분담금으로 다른 나라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개발된 기술은 다른 나라가 가지고 가는 안타까운 상황을 지켜볼 수도 있다.

ITER 사업이야말로 핵융합 실용화를 위한 최고급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이제부터라도 국내의 KSTAR 사업이나 ITER 국내 사업을 통해 전략적으로 인력 양성을 지속해 나간다면 경쟁력을 갖춘 전문 인력들이 양성될 것이고, 결국 이들이 ITER 기구에 많이 파견돼 미래 국가 핵융합 에너지 실용화를 이끌어 갈 고급 전문 인력으로 양성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KSTAR 사업에서 양성한 한국의 최고급 전문 인력들이 인류 미래의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출범한 ITER 사업에 가장 중요한 핵심 역할을 맡는 쾌거를 만끽하고 있지만, 우리는 결코 여기에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말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KSTAR의 성공을 이끌어 냈듯이, 이제 미래의 핵융합 실용화를 성공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전문 인력 양성에 정부의 더 큰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

정기정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 한국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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