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공동취재단ㆍ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북측 대상자 명단에는 북한 최고 수학자였던 고(故) 조주경(1931∼2002년) 씨의 아내 림리규(85) 씨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림리규 씨는 20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장인 금강산호텔에서 남한에 사는 동생 임학규(80), 조카 임현근(77), 시동생 조주찬(83) 씨 등을 만났다.

학규씨는 누나인 리규씨를 만나 "지금 누이가 몇이우?"라며 묻자 리규씨는 "나 여든 여섯이야. 근데 등본에 여든 다섯이야"라고 차분하게 답했다. 학규씨가 다시 "많이 안늙으셨어, 누이…"라고 말하자 리규씨는 같이 온 아들을소개했다.


시동생 주찬씨가 불쑥 형수 리규씨에게 "아들 철민이가 지금보니까 나를 닮았어, 형수"라고 말하자 가족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국전쟁 당시 5남매 가운데 학규씨의 누나인 리규씨만 인민군에 붙잡혀 북에 남게 돼 이산가족이 됐다. 리규씨의 남편 조주경 씨도 서울대 재학 중 인민군에 의해 북한으로 끌려갔다.


조주경 씨는 지난 2000년 상봉 행사의 북측 상봉 대상자에 포함돼 서울에서 꿈에그리던 어머니 신재순(당시 88) 씨를 만나기도 했다. 당시 함께 주경 씨를 만났던 주찬 씨는 이번 상봉에서는 형수와 조카를 만나게 됐다.


주경 씨는 김일성종합대학 교수이자 북한에서 최고의 과학자에게 주어지는 '인민과학자' 칭호를 받은 유명 과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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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23세부터 교단에 선 조씨는 40여년간 8명의 박사, 33명의 학사(석사), 12명의 후보학사를 비롯해 수많은 과학자를 양성했다. 그는 '확률 적분방정식', '해석수학', '통보론' 등 50여권의 교과서와 참고서를집필하는 등 후진양성에 힘썼으며, 80여건의 과학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조씨는 30대에 박사, 40대에 교수,50대에 공훈과학자 및 후보원사, 60대에 원사 및 인민과학자가 됐다. 주찬 씨는 "이번에 2004년 북한 언론에 난 사촌형의 부고기사 복사본을 들고와 형수를 만났다"고 밝혔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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