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회사차' 절세수단→과세대상 논의 급물살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대당 수 억원을 호가하는 차량을 법인 명의로 등록해 사적 용도로 사용해온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른바 '무늬만 회사차'에 대해 국회와 정부, 시민단체는 물론 재계에서도 현행보다 비용처리 기준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법제화도 속도가 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법인 사이에서 '절세수단'이던 '무늬만 회사차'가 과세대상으로 바뀌게 된다.
20일 국회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업무용 차량의 비용처리를 제한하는 국회의원 및 정부 법안 개정안(소득세 및 법인세법 등 관련법 개정안)의 조세소위원회 상정을 의결했다. 이들 개정안은 조세소위 심의와 기재위 전체회의,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시행된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업무용 차량과 관련해 국회의원이 발의한 5개의 법안과 정부 세법개정안에 대한 기재위 전문위원의 법안 검토보고서도 발표됐다.
권영진 기획재정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업무용 승용차에 대해서 의원발의안과 같이 일정한 금액을 기준으로 손금산입(경비산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사실상 찬성했다. 고가 차량이 수입차에 집중돼 통상마찰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에 일률적으로 손금산입 한도를 적용하므로 통상 마찰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사업주들이 고가의 차를 업무용으로 구매해 사적으로 사용하면서도 비용 전액을 경비 처리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하는 것을 막고자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 가입과 회사 로고 부착, 운행일지 작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정부세법개정안에 비용처리 상한선(손금산입 한도) 설정이 빠진 이유로 통상문제를 꼽은 바 있다.
정부안은 비용처리 상한액 설정 없이 비용처리 요건만 강화하는 바람에 사업주들이 과세를 피해갈 가능성이 높아 과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기재위 검토보고서도 "고가의 업무용 차량을 개인 용도로 쓰면서 탈세가 발생하는 것을방지하려면 비용처리 상한선을 두는 것이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입법조사처도 업무용 차량에 대한 과세는 찬성하고 있다. 권순조 입법조사처 재정경제팀 입법조사관은 8월 발표한 '업무용 차량 과세제도 개선을 위한 조세정책 과제'보고서에서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고가차량의 구매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일부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혜택으로 인해 필요이상으로 고가차량의 구매가 증가하고, 업무용임에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해 세금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도 정부안에 대해서는 "임직원만 운전이 가능한 자동차보험의 가입여부가 임직원이 아닌 자의 사용을 명시적으로 배제하는 규정은 아니며 기업로고 부착제도가 업무용 차량의 사적사용에 대한 면죄부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사업자가 필요이상의 고가 업무용 차량을 구입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개선책은 아니라는 점 등에서 추가적 보완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대안으로 업무용 차량에 대한 업무무관 사용분에 대해서는 개인 소득의 성격으로 간주해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으며 업무용 차량을 신고 없이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벌칙규정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한 법인 등 사업자의 필요이상 고가 업무용 차량구입 유인을 제거하기 위해 현행 업무용 차량에 대한 무제한적 비용처리 규정을 차량의 배기량이나 가격이 일정수준 (예를 들어 2,000cc 또는 3,000만 원) 미만일 경우에는 그 취득가액 또는 리스가액의 전액을 필요경비에 산입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수준 이상일 경우 그 취득가액 또는 리스대상 승용자동차의 가액에 따라 필요경비나 손금산입가능금액의 제한을 두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은 세수증대를 이유로 찬성표를 던졌다. 한경연은 '2015년 세법개정안 평가' 보고서에서 업무용 승용차의 배기량이 3000cc(또는 3천500cc) 이상이면 국산ㆍ수입차 구분 없이 모든 차량에 대해 '손금불산입'을 적용하는 안을 제안했다.손금불산입은 법인세법에서 과세 소득을 산출할 때 손해를 본 금액에 넣지 않고 과세 소득이 되게 하는 세법상 규정이다.
업무용 승용차는 높은 사양의 고성능 엔진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손금불산입 대상으로 하고 필요시 사업자가 특이사항에 대해 설명ㆍ입증하는 쪽으로 절차를 보완해 나가는 과세 합리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보고서는 배기량 3000cc 이상 업무용 승용차의 비용 손금불산입 시 3년 리스 사례의 경우 해당 차량 1대당 200여만원에서 최대 2800여만원까지 세수가 증대될 것으로 추산했다.
허원제 한경연 연구위원은 "외국과의 통상 시비의 소지를 넘어설 경우 배기량을 기준으로 삼는 방안이 업무용 승용차에 대한 과세를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경실련 시민권익센터와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동으로 토론회를 열어 업무용 차량의 무분별한 세제혜택을 방지하고, 조세형평성을 바로세우기 위한 제도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