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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형호제'했던 엔씨와 넥슨, 경영권 분쟁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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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형호제'했던 엔씨와 넥슨, 경영권 분쟁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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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3년여의 불편한 동거가 이제야 막을 내렸다. 시작은 국내 게임계의 큰 형님들이 손을 잡아 기대를 불러 모았지만, 결말은 파국이었다.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선후배이며 서로 형, 동생 하던 김택진 엔씨 대표와 김정주 넥슨 대표은 이제는 서로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됐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왜 그들은 손을 잡았고, 이런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을까? 앞으로 엔씨의 경영권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 미국 게임사 EA인수에서 시작 = 그들의 불편한 동거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정주 대표는 김택진 대표에게 미국 게임사 일렉트로닉 아츠(EA)인수를 건의했다.
EA의 히트게임 '피파시리즈'

EA의 히트게임 '피파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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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는 피파시리즈, 심즈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게임사였다.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네오플, '서든어택'의 게임하이를 인수하면서 승승장구를 했던 김정주 대표은 본래 게임 개발자라기 보다는 인수합병(M&A) 전문가에 가까웠다.

당시 넥슨의 일본 상장으로 자금 사정이 넉넉한 김정주 대표은 EA인수를 통해 글로벌을 향한 제2의 도약을 꿈꿨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리니지' 등으로 최고의 온라인게임 개발력을 자랑하는 엔씨와 손을 잡는다.

넥슨은 엔씨의 지분 14.6%를 8000여억원에 인수하면서 엔씨에 투자 자금을 대준다. 김정주 대표은 EA인수를 위해 지분을 거래했기 때문에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다.

문제는 EA인수가 불발되면서 시작했다. 공동의 목표가 사라지자, 서로 다른 생각을 하게 된 것. 넥슨은 EA인수는 물 건너갔지만, 게임 개발력을 지닌 엔씨와 사업제휴를 모색했다.

하지만 두 회사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엔씨는 게임 하나에 3년을 쏟는 '방망이 깎는 노인'이었지만, 투자자 넥슨은 이를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엔씨와 넥슨이 서로 맞지 않는 다는 걸 보여준 '마비노기 2'

엔씨와 넥슨이 서로 맞지 않는 다는 걸 보여준 '마비노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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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넥슨과 엔씨가 협업해 제작한 '마비노기2'가 2014년 1월 개발이 중단됐다. 국내 최고의 게임 개발력을 지닌 엔씨와 함께 게임 제작을 하길 원했던 김정주 대표의 체면도 많이 구겨졌다.

◆ 경영권 분쟁의 시작 = 엔씨의 주가마저 곤두박질치면서 넥슨 주주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애초의 투자 목적도 사라졌고, 주가 방어도 안 되자 주주들이 일어난 것이다.

투자 당시 25만원이었던 주가가 지난해 10월 14만원까지 떨어지자 김정주 대표은 행동에 나섰다. 엔씨 주식 0.4%를 장내 매입, 15%가 넘으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분 추가 매입 목적은 경영 참여라고 했다.

이후 넥슨은 김택진 대표를 제외한 이사의 후임에 넥슨의 추천인물을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또 엔씨가 가진 자사주를 처분할 것과 모바일 게임 부분에 대해 투자를 진행하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엔씨는 크게 반발한다. 김택진 대표 입장으로서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김정주 대표이 '배신'을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정주 대표은 주가 부양 차원이라고 말을 했지만, 최대주주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답답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넥슨이 김택진 대표의 가족 경영에 대한 지적을 하자 두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가 돼 버렸다.

위기의 엔씨를 구해준 건 넥슨의 철천지 원수 넷마블이었다.

위기의 엔씨를 구해준 건 넥슨의 철천지 원수 넷마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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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김택진 대표를 도운 것은 넷마블. 엔씨와 넷마블은 상호지분투자를 하면서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넷마블은 '서든어택'을 두고 오랜 기간 동안 넥슨과 싸운 전력이 있다. 적과 적은 친구라 했던가. 넷마블은 이렇게 엔씨와 이렇게 한 팀이 됐다.

엔씨와 넷마블의 지분은 18.88%로 넥슨 지분 15.08%보다 많았다. 이와 동시에 엔씨가 지적받았던 자사주 소각과 모바일 게임 부분에 대한 투자도 한방에 해결됐다. 넷마블은 엔씨의 '리니지2'를 기반으로 모바일 게임을 제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정주 대표은 이 사실에 상당히 실망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때부터 '더 이상 엔씨 주식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겠구나'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금액이었다. 엔씨의 주가가 20만원대를 회복했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6000억원이 넘기 때문이다.

◆ 나머지 엔씨 주식의 향방은? = 어쨋든 지난 16일 넥슨은 드디어 엔씨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이 중 44만주(2%)는 김택진 대표에게 넘어갔다.

나머지 13%의 향방에 대해 업계에서는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다. 시간 외 거래(블록딜)의 특성상 여러 주체에 엔씨 주식을 나눠 팔았다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그렇게 되면 엔씨 지분의 11.99%를 확보한 김택진 대표의 경영권 장악이 완전히 성공한 것으로 마무리된다.

김택진 대표는 3년만에 사실상의 최대 주주의 자리를 되찾게 된다. 실제 1대 주주는 국민연금(11.76%), 김택진 대표 개인은 11.99%로 2대 주주다. 하지만 엔씨 임직원의 지분을 더하면 12.4%로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게다가 3대 주주는 백기사로 나선 넷마블(8.9%)다.

김택진 대표는 넥슨에게 주당 25만원에 자신의 주식을 팔아 8000여억원을 챙겼고, 다시 넥슨에게 주당 18만3000원으로 44만주를 되사왔다. 비쌀 때 팔고, 쌀 때 사는 투자의 정석을 김정주 대표에게 보여준 것이다. 경영권도 위협받지 않고 현금도 챙긴 '신의 한 수'다.

하지만 다른 가정도 시장에서는 흘러나오고 있다. 가능성이 적지만 중국 게임사가 넥슨의 판 나머지 주식을 모두 샀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텐센트가 투자한 국내 업체. 이 중 엔씨도 들어갈 지는 추가 공시가 나와봐야 한다.

텐센트가 투자한 국내 업체. 이 중 엔씨도 들어갈 지는 추가 공시가 나와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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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국내 게임사 및 인터넷 기업에 대규모의 투자를 진행해 재미를 본 텐센트가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텐센트가 이를 전량 매입하면 상황은 또 다르게 돌아간다. 1대 주주는 13%의 지분을 확보한 텐센트, 2대 주주는 11.99%의 김택진 대표다. 이렇게 되면 김택진 대표와 넷마블이 손을 잡기 애매해진다. 텐센트는 넷마블의 지분 28%를 확보한 3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텐센트는 그동안 투자한 기업의 경영권에는 관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내년 엔씨소프트 이사진 7명 중 5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지분 구조는 김택진 대표에게는 아주 신경 쓰이는 일이다.

증권거래법상 이번 블록딜에 참여해 엔씨의 지분 5% 이상을 매입하게 되면 5일 이내에 공시해야 한다. 5% 미만 주주의 경우 공시 의무 자체가 없다.

결국, 길고 길었던 엔씨와 넥슨 간의 분쟁이 어떻게 막을 내릴지는 다음 주 공시가 나와야 알 수 있게 됐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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