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1만9900원 대박의 '수학'
맨 왼쪽 숫자에 신경쓰는 심리 이용
19900원, 29900원 등 단수가격 전략

[뉴스와이]마음 움직이는 數力 발전소…"딱, 백원 깎았는데 잘팔린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김현정 기자] # '남은 시간 1년'.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한 사람이 있다. 허망한 표정의 그에게 책 한권이 놓인다. 그 안에는 검진결과의 진실이 담겨있다. 남은 시간은 평균 수명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값에 일하는 시간, 수면시간, TV나 휴대폰을 보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을 의미한 것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한 보험사의 광고, '당신에게 남은 시간'은 대표적인 숫자 마케팅 사례다. 길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직관적이고 명확하게 기획의도를 전달할 수 있는 '숫자의 힘'을 활용했다.

브랜드나 상품의 특성을 나타내는 숫자를 통해 마케팅하는 것을 '뉴메릭 마케팅(Numeric Marketing)'이라고 한다. 숫자를 이용하면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미지 전달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전까지 뉴메릭 마케팅은 음료나 건강기능 식품에 들어있는 성분의 함량을 알리는 데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제품군이 확대되고 제품 수도 많아지면서, 라인별 구분을 명확히 해주거나, 제품과 원료의 정체성을 알리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고, 또 현혹되는 '단수가격' 전략 역시 숫자마케팅의 예다. 3만원에서 100원을 뺀 2만9900원의 매력. 홈쇼핑에서는 제품 대부분의 가격에 단수가격 전략을 적용시킨다. 구매 과정에 맨 왼쪽의 숫자를 가장 많이 신경쓰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전략이다.

제품 이름에 숫자 넣는 숫자 네이밍
직관적이고 기억하기 쉬워


제품명에 숫자를 집어넣는 숫자 네이밍 역시 성공사례가 많다. 기억하기 쉬운데다, 제품의 특징을 집약적이고 직관적으로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숙취해소용 천연차로 알려진 '여명 808'은 807번의 실패 끝에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오뚜기의 '3분 시리즈'는 3분만에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부각시키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매일유업도 저지방 우유 라인을 세분화한 것을 알리기 위해 숫자를 활용했다. 매일우유 저지방 라인은 무지방(0%), 저지방(1%, 2%), 일반우유(4%) 등 3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되는데, 이를 구분할 수 있도록 매일우유 무지방&고칼슘 0%, 저지방&고칼슘 1%, 저지방&고칼슘 2% 같이 제품 이름에 숫자를 적용했다.


동원F&B는 소스 신제품인 '파스타를 만들자' 4종을 출시하면서 제품에 들어간 재료 수를 활용했다. 7가지 신선한 야채 토마토 파스타 소스, 5가지 고소한 치즈 토마토 파스타 소스, 5가지 진한 해물 로제 파스타 소스, 3가지 매콤 멕시코 고추 아라비아따 소스 등은 각 제품을 구성하는 재료의 수를 소비자가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CJ헬스케어 역시 '새싹보리차'를 출시하면서 패키지에 15㎝ 순수한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보리씨앗 파종 후 15㎝ 정도 자란 보리 새싹에는 폴리코사놀과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들어있어 중성지방 생합성을 막고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다. CJ헬스케어는 어린 보리 새싹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제품 이름에 15㎝를 추가했다.


이외에도 기아자동차의 K시리즈, LG생활건강의 페리오 46cm(치약), 애경산업의 2080(치약), 현대카드와 삼성카드의 숫자카드, 광동제약의 비타500 등도 있다.


같은 제품에 순차적으로 번호를 찍어 출시하는 한정판 마케팅은 패션업계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공장에서 찍어 나오는 기성제품이라도, 제품 한켠에 찍힌 고유의 숫자 때문에 유일한 제품으로 받아들여지는 까닭이다. 럭셔리 잡화 브랜드 MCM은 아이돌 그룹 엑소와의 협업 제품을 한정판으로 출시하면서 스페셜 넘버를 부여해 판매했고, 아웃도어 네파 역시 그룹 아이콘과 협업한 한정판 제품에 고유 시리얼 넘버를 새겨 소장가치를 높였다.


화장품업계에서는 브랜드숍의 숫자 마케팅이 가장 활발하다. 실제로 최근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브랜드숍 대부분이 할인 '∼%'를 내건 홍보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데이(day)'를 통해 매월 할인 이벤트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제품의 히스토리를 말해주는 기원 네이밍도 마케팅으로 활용되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수퍼마켓은 국내산 육류만으로 맛을 낸 PB상품 '1974 떡갈비'를 출시하고 대표 PB브랜드인 1974라인을 확대 중이다. 1974는 GS슈퍼 1호점 첫 오픈 연도를 가리킨다. 1974의 숫자 속에는 당시 초심을 가지고 고객을 대하던 마음 그대로를 담아 저렴하지만 품질 좋은 PB 제품을 선물하겠다는 회사측의 다짐이 담겨져 있다.


옛날의 초심을 넘어서 1955년 당시 추억의 제품을 지난해 그대로 재현해 내 화제가 된 또 다른 제품인 맥도날드의 '1955버거'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산업의 최강자로 자리잡고 있던 맥도날드가 1955년 당시 판매했던 버거의 레시피를 그대로 재현해 낸 메뉴이다. 출시하자마자 당시 맥도날드의 향수를 느끼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AD

국내 유통업계의 '큰 손'으로 급부상한 중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숫자마케팅도 매년 전개된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숫자 8을 활용, 다양한 이벤트 및 행사를 전개하는 것이다. 8번째, 88번째, 888번째 구매 고객에게 사은품을 주거나 888개의 제품을 별도로 제작하는 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장 효과적이고 반응이 빠른 숫자 마케팅은 이미 많은 브랜드의 주요 전략으로 자리잡았다"면서 "소비자들도 위트있고 직관적인 숫자 마케팅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