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턴 무한경쟁…상품·마케팅 경쟁력으로 적자생존 해야하는 생태계로

국내 40여개사 차별화전쟁…업계 大구조조정 예고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생사를 가르는 보험 업계의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22년 만의 보험 규제 대개혁이 불을 지폈다. 지금까지 정부의 보험 규제는 역설적으로 보험시장을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보험사들은 정부 규제 때문에 힘들다고 아우성이었지만 정작 그 규제에 편승했다. 혁신에 주저했고 변화에 소극적이었다. 그동안 규제라는 우산에 몸을 숨겼던 보험업계는 이제 비로소 생존의 무한경쟁에 들어섰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보험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내 보험산업은 복잡한 규제로 양적 성장에 치중해 역동성을 상실했다"며 "지금까지 보험사들이 '규제' 때문에 힘들었다면 앞으로는 '경쟁' 때문에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규제를 없애 기업 간 경쟁을 유도하고 보험산업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주문인 것이다.


전날(1일) 임 위원장이 발표한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로드맵'의 핵심은 보험 상품ㆍ가격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사후 책임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사실상 인가제도로 운영되는 사전신고제를 폐지하고 사후보고제로 전환하면서 복잡한 상품설계 기준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보험료 산정과 보험금 지급에 영향을 미치는 표준이율, 공시이율도 업계 자율에 맡긴다. 이번 조치는 1993년 '보험상품 가격 자유화 계획' 이후 22년 만에 이뤄지는 대개혁으로 평가받는다.

2000년대 이후 우리 보험산업은 급속한 성장을 이루며 지난해 세계 8위 보험시장으로 도약했다. 작년 말 보험권 자산은 862조원, 종사자 수는 44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사전 규제로 인한 양적 경쟁에 치중하면서 질적 성장은 한계에 직면했다. 불완전판매ㆍ보험사기 등으로 부정적 인식도 확산됐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RBC) 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278.2%로 3월 말 302.1%보다 23.9%포인트 하락했다.


보험 규제 대개혁을 바라보는 업계는 '환영'과 '긴장'이 교차한다. 당장 상품 개발이 빨라지면서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들도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겠지만 설계사 채널의 판매 비중이 높기 때문에 경영 전략이 갑작스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중소형 보험사들이 판세를 흔들기 위해 파격적인 상품을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AD

보험료와 보험금도 기업 자율에 맞게 조정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험 상품과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높은 상품을 출시할 능력을 보유한 보험사는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경쟁 과열로 소규모 보험사들의 생존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보험협회 관계자는 "업계 간 과잉경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보험사는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자연스럽게 보험사 간 인수합병(M&A)이나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2년 만에 단행된 정부의 보험 규제 대개혁이 상품이나 서비스의 혁신을 뛰어넘어 40여개에 달하는 보험사의 구조조정을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