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엔화 대비 20%·유로화 대비 17% 상승
1985년 9월 22일 일요일.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미국과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모였다. 이들은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절상에 합의했다. 달러당 240엔대였던 엔화 가치는 이 합의 이후 급등, 1987년 말에는 달러당 120엔대까지 상승했다. 3년만에 엔화 가치가 두 배로 뛴 것이다. 독일 마르크화 역시 플라자합의 이후 30%나 올랐다. 이 합의 이후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 디플레이션으로 접어드는 등 타격도 있었지만, 미국 경제는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다시 안정됐다.
30년 전과 비슷한 점은 강달러가 다시 문제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달러화 가치는 엔화 대비 20%, 유로화 대비 17% 상승했다. 1984년 이후 최고로 강한 상승랠리이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의 달러 인덱스 역시 지난 2013년 말 이후 주요 26개 통화 대비 18% 상승했다.
경제적 불균형도 심한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연례보고서에서 "글로벌 불균형이 세계경제 성장을 막고 있으며,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펀더멘탈 대비 높은 가치에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Fed가 9월 금리를 동결한 배경에도 달러화 강세에 대한 부담감이 깔려 있다.
플라자합의의 주역 중 하나였던 오오바 토모미츠(大場智滿) 일본 국제금융정보센터(JCIF) 이사장은 "플라자합의의 목적은 강달러의 약화와 미국ㆍ일본간에 심화되고 있었던 무역 마찰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후 각국간 정책 협조는 무너졌다"고 평했다.
합의 당시 대장성(현 재무성) 국제금융국장이었던 교텐 도요오(行天豊雄) 국제통화연구소 이사장은 "플라자 합의는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약해져가는 가운데, 국제 경상수지 불균형을 환율로 해결하려고 한 것"이라며 "일본의 버블경제와 장기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전환점이 됐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이런 결과를 낳을 합의에 쉽사리 동의할 리 없다.
플라자합의 당시 Fed 의장을 맡았던 폴 볼커 전 의장은 "지금은 중국과 미국간에 큰 불균형이 존재하고, 국제적인 정책 대응이 요구되고 있지만 쉽게 움직일 수는 없다"며 "환율 전쟁을 피하기 위한 주요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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