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내세운 '日집단자위권 근거판결' 뒤집는 판사 메모 등장
[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아베 정권이 집단자위권의 중요 근거로 내세운 최고재판소 판결이 집단자위권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메모가 발견됐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5일 일본 내 미군 주둔이 합헌인지를 다룬 이른바 '스나가와 사건'의 판결에 관여한 최고재판소 판사 이리에 도시오가 이 사건에서 집단자위권이 검토 대상이 되지 않았다는 뜻을 내비친 메모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스나가와 사건'은 1957년 7월 도쿄도 스나가와(현재 다치카와시)의 미군 비행장 확장에 반대하는 주민·학생 등이 철책을 끊고 기지 영역으로 들어갔다가 미·일 간 주둔군지위협정에 따른 형사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는 일본 정부가 미군 주둔을 허용한 것이 전력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 2항에 어긋나는지가 쟁점이 됐다.
최고재판소 판례집은 1959년 12월 16일 선고된 최고재판소 판결은 무력행사와 전력(戰力)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가 주권국으로서의 고유 권한인 자위권을 부정하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판례집은 일본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존립을 완수하는 데 필요한 자위 조처를 하는 것은 국가의 고유 기능 행사라서 헌법에 따라 금지되지 않으며 일본이 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는 외국군대가 일본에 주둔하는 것은 전력 보유가 아니라고 규정한다.
아베 정권은 이 판결이 자위 조치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을 이유로 집단자위권 역시 국가를 지키려는 조치로서 인정된다는 점이 판결에서 함께 인정됐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리에 도시오는 판결이 언급한 '자위의 조치'에 관해 "'자위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까지 말하지만 '자위를 위해 필요한 무력, 자위시설을 가져도 좋다'는 것까지는 말하지 않는다"고 메모했다.
그는 "본 판결의 주된 취지는 자위의 수단을 지닐 수 있다, 그것까지 말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다만 그것이 2항의 전력(戰力)의 정도라도 좋은 것인가 또는 그것에 이르지 않는 정도라면 좋은 것인가에 관해서는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라고 결론냈다.
이리에 도시오의 메모는 스나가와 사건의 판결 요지가 기록된 최고재판소 판례집 여백에 기재돼 있었으며 차녀(78)가 서재에서 발견했다. 메모는 1962년 8월 3일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사히신문은 메모에 언급된 '2항'은 전력 보유를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 2항을 의미하고 판결이 자위대의 존재가 합헌인지 위헌인지도 판단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나아가 집단자위권이 판결을 위해 검토된 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나가와 판결에 관해서는 일본의 집단 자위권은 전혀 쟁점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지적이 앞서 헌법학자들로부터 제기됐다. 아사히신문의 보도대로라면 메모는 재판에 관여한 판사가 이런 점을 더 명확한 셈.
최근 스나가와 사건을 둘러싼 해석이나 안보법안을 둘러싼 비판에 아베 정권은 논리적 설명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충분히 논의했으니 표결로 결정할 때가 됐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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