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내년부터 전업주부의 0~2세 자녀는 어린이집 종일반(12시간)이 아닌 맞춤형반(6~8시간)만 이용할 수 있다. 종일반을 이용하려면 부모의 가정양육이 불가능한 사유를 증명해야 한다. 전업주부 자녀 차별정책이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정부는 2013년부터 무상보육을 전계층으로 확대했다. 가정에서 0~2세 영아를 직접 돌보는 경우 양육수당(월 10만~20만원)을, 어린이집에 맡기면 종일반 비용(월 41만∼78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금액이 훨씬 많은 탓에 대부분의 가정에선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긴다.

하지만 복지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업주부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은 6시간 42분으로, 워킹맘(8시간13분)에 비해 훨씬 짧다. 그런데도 정부가 모든 아이에게 종일반 보육료를 지원하면서 보육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보육예산은 2009년 3조6000억원에서 올해 10조5000억원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어린이집 수요가 몰리면서 돌봄이 꼭 필요한 아이들이 입소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에선 늦게까지 머무는 워킹맘 자녀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계층 무상보육은 복지 포퓰리즘의 결과물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논란으로 패배한 현재의 정부여당은 2012년 총ㆍ대선의 핵심 공약으로 무상보육을 전면에 내세웠다. 제도의 실효성을 고려하기 보단, 선거 당락을 좌우하는 30~40대 중도표를 겨냥해 나온 묻지마식 무상복지였다. 정부가 뒤늦게라도 제도 손질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정부의 업무 추진 방식은 잘못됐다. 복지부는 전업주부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제한을 '맞춤형 보육'이라고 이름붙여 지난 7월부터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시범사업은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데 이미 관련 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 보육예산이 1460억원이나 깎였다. 전업주부 자녀의 보육료 삭감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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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대표 복지공약을 수정하면서 제대로 된 발표조차 하지 않았다. '무상보육 후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슬그머니 추진하는 것은 비겁하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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