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과학·철학 연구 지원, 英 기자 작위 받아
주목할 점은 그가 단순한 투자자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고의 글로벌 펀드를 운용하면서 1972년 종교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템플턴상을 제정했다. 종교분야에서 공헌한 인물을 선정해 시상하는 이 상의 첫 번째 수상자는 테레사 수녀였다. 노벨상보다 더 많은 상금을 주는 이 상은 2003년부터 과학분야로 대상을 넓혔다. 한국인으로는 1992년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한경직 목사가 수상했다.
2001년 9월11일 테러가 있었던 다음 날 존의 인터뷰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그는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슬픔에 빠지기는 했지만 이 공격이 재정적으로 우리에게 입힐 피해는 없다. 그 소식이 수많은 사람들을 격분하게 하고 수많은 뉴스를 만들겠지만, 테러 행위는 (역사적으로 볼 때) 연달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경제에 장기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실제로 9월17일 증시가 개장한 이후 직접적 영향은 약 1개월에 불과했다.
존의 신앙심은 전문투자자로서의 경험이 누적될수록 강해졌다. 1987년 템플턴 재단을 설립해 신학자는 물론 과학자, 철학자, 의학자 등 연구자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시작했다.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게 된 것도 이때다. 그는 모든 과학적 연구가 영적인 지식을 찾아내는 새로운 과학이 돼야 한다며 재단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명을 '겸허의 신학 과학'이라고 붙였다.
존은 '마음을 다스리면 모든 것을 지배할수 있다' '현명한 사람은 내일을 위해 오늘 스스로 절제하고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 등 200가지 삶의 법칙을 정리하고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가 집필한 저서 '템플턴 플랜' '열정' '성공론' '행복론' 등은 국문으로도 번역돼있다. 놀라운 수익률을 만들어 줄 전문투자서가 아닌 행복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철학서에 가까운 저서들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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