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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경영계가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능력부족·실력부족자, 해사(害社)행위자 등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소송은 사안에 따라 정당해고와 부당해고 등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놓은 '저성과자의 사례의 일반적 모습'에 따르면 현재도 기존 판결에서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정당해고라는 판결이 많다. A씨는 최근 3년의 월 평균 판매실적이 동료들의 20% 미만인데다 정직 1개월 징계 처분 이후, 동일한 비위행위를 다시 저질렀다. 불법 정치 집회를 개최해 이를 주도했고 명예훼손 등 유죄판결을 받았다.

B씨는 인사고과가 3년 연속 하락했다. 26명 중 23위를 기록했다가 다음해 22명 중 17위, 그 다음해에는 29명중 29위로 꼴찌를 기록했다. 부하직원들의 평가, 상사평가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해 해고된 B씨는 부당해고로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졌다.


C씨도 3년 연속 인사평가 최하위등급(D등급)을 받아 역량향상 교육 대상이 됐지만 무단 불참했고 개인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상사들을 비방, 명예훼손했다가 해고됐다.

D씨는 2년 연속 최하위인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2006년에 6121명 중 6명, 2007년에 6120명 중 1명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상사로부터 지시받은 작업 활동을 거부했고 품질관리 업무를 하면서 시험 분석 데이터를 임의로 조작했다가 해고됐다.


간부도 예외는 아니다. E씨는 부서장 대상 평가 결과 전체 94명의 부서장 중 93위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다. 이듬해 실시된 전체 평가에서는 1026명 중 최하위, 역량향상 교육 결과 간부직원 6명 중 6위로 모든 평가에서 꼴찌였다.


법원이 회사의 손만 들어준 것은 아니다. F씨는 2002년 이후 4회 연속 최하위인 D (하위 10%) 등급을 받다 해고됐다. 그러나 법원은 이 평가가 상대평가방식으로 단지 최하위등급만으로는 업무능력이 객관적으로 불량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대인관계상의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한 점 등을 들어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업무 평가등급이 최하위권이지만, 평가의 배점기준이 비합리적이어서 부당해고라는 사례도 있다. G씨는 회사규정을 위반해 자금을 사적으로 이용한 이유로 감봉 1월의 징계를 받았다. 평가 결과(다면평가, 인사평점 등 합산) 185명 중 184위였다. 법원은 "고객관리보다 다면평가의 비중이 큰 점 등 평가의 배점 기준이 비합리적이어서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임원급을 영입됐다가 두달만에 잘린 경우도 부당해고라는 판결이 있다. H씨는 SI사업 수주를 위해 영입됐지만 2개월만에 영업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채용이 취소됐다. 부당해고 소송에서 법원은 "2개월간의 업무적격성, 실적 판단은 단기간의 비합리적인 판단"이라면서 "상무급 급여와 지위, 해당 사업부의 업무집행 권한이 있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된다"고 H씨의 손을 들어줬다.


경총은 정당해고와 부당해고의 판결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업무성과 부진을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개선가능성이 없는 현저한 저성과 근로자, 업무부적격자를 조직에 둘 경우 조직 분위기 저해, 우수직원의 이직, 조직의 비능률 등 인사관리상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능력이 현저히 부족함에도 근로관계를 유지할 경우, 합리적인 인사시스템을 저해함은 물론 고용경직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경총은 "특히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라, 고령으로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한 경우에도 기존의 엄격한 해고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인사적체로 직원 사기가 저하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근로자의 능력부족으로 근로계약상 부여된 업무수행의 기대가능성이 중대하게 훼손되었다면, 이를 이유로 한 해고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법령 또는 해석상의 뒷받침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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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은 그러면서 '능력부족의 중대성'을 정당한 해고사유로 인정하고 허용범위를 폭넓게 해석하는 한편, 근로계약에서 비롯되는 '신뢰 및 기대가능성'이 침해되는 경우까지 해고정당화 사유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흔히들 저성과자에 대한 인사관리를 '자유로운 해고'로만 단순하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노동시장의 "진입ㆍ이동ㆍ퇴출"을 원활히해 보다 많은 일자리들이 창출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조성하는 차원의 문제이다. 결국 저성과자에 대한 합리적인 인사시스템 구축은 기업의 신규채용, 투자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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