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이다]쩜 100 고스톱 놀음? 노름?
화툿장은 늘 법의 담장에 서있다네…내기와 도박 차이, 점심값 내기도 잘못하면 쇠고랑 찬다는데
당사자 직업·경제적 상태·상습여부 등 여러 정황이 판단기준
경찰청매뉴얼엔 10만~20만원까지는 훈방조치도 가능하지만
판돈 적다고 무조건 무죄는 아냐…100원 고스톱도 유죄 사례
※이 기사는 돈을 '쩐의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의인화해서 1인칭 시점으로 작성했습니다.
사다리타기, 윷놀이, 경마, 카지노, 바둑, 장기, 골프, 월드컵 축구…
이 여덟가지 단어에 다 붙여도 되는 말이 있어. 뭘까? '내기'야. 내기의 역사는 오래돼서 옛 이야기에도 많이 나오지. '토끼와 거북이'도 달리기를 걸고 하는 내기를 다룬 이야기고, 버나드 쇼의 '마이 페어 레이디'란 문학작품에도 보면 젊은학자가 시골처녀를 런던사교계의 여왕으로 만들어보겠단 내기를 걸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지.
내기에서도 사실 제일 긴장감이 있는건 돈내기야. 판돈이 커질 수록,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수록 내기에서 이겼을 때 짜릿함은 커지잖아. 사다리타기를 해서 점심값 내기를 하거나, 명절이면 윷놀이로 돈내기를 하기도 하고. 게임에서 지면 술값을 내기도 하고. 종류도 많고 거는 조건도 굉장히 많아. 자! 그럼 오늘은 '머니몬스터'인 내가 돈을 걸고 하는 내기를 할때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줄게
◆나는 내기라고 했는데 도박죄라고? = 국어사전에서 '내기'란 단어 뜻을 찾아보면 '물품이나 돈 따위를 일정한 조건으로 걸고 승부를 겨룸' 이라고 나와.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건 내기가 도박과 한끗 차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거야. 실제로 '나는 내기라고 했는데 경찰이 와서 도박죄라고 잡아가더라'는 일화들이 많아.
2008년에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난 사건이 그래. 이건 골프내기 사건이야. 2002년 제주도 한 골프장에서 홀마다 돈을 걸고 내기 골프를 치는 아저씨들이 있었어. 26차례에 걸쳐 총 6억여원의 돈을 걸고 내기를 했는데 이게 도박죄 혐의로 구속된 거야. 지난 5월엔 한 농촌 결혼식에서 판 돈 185만원을 걸고 윷놀이 내기를 하다가 경찰이 도박죄로 체포해간 사건도 있고, 7월엔 충남 당진시에서 공무원 3명이 고스톱 도박을 한 혐의로 입건됐었어. 당사자들은 '저녁식사 내기'였다고 항변했었지.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내기와 도박의 정의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야. 대법원 판결문에 있는 도박의 의미는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대법원 2008.10.23 선고 2006도736판결)을 말해. 결국 법률적으로 '도박'에 해당된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우연성과 재물의 득실이야. 내기의 뜻(물품이나 돈 따위를 일정한 조건을 걸고 승부를 겨룸)과도 상당히 비슷하지. 아까 얘기한 골프내기 사건의 경우엔 변호인 측이 내기골프는 '우연'보다 는 '실력'이 좌우하기 때문에 도박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지.
◆내기와 도박의 복잡미묘한 경계 = 우선 형법 제246조를 살펴보자고. 1항은 '도박을 한 사람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 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2항은 '상습으로 제 1항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네. 여기서 주목할 건 판돈의 규모에 따라 도박이냐 내기냐를 판단할 수 없다는 거지. 형법에 액수에 대한 규정은 없어서야
그래서 판돈보다 더 중요한 구분 기준이 되는 건 '일시오락인지 여부'와 상습적이냐 아니냐의 문제지. 또 일시적 오락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기준은 '딴 돈을 어디에 썼느냐'가 여기서 중요한 기준이 되지.
예컨대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과 러시아 조별예선 1차전 점수 맞히기 내기를 했대. 내기에 건 돈은 1인당 1만원, 어떤 사람이 승부를 맞춰서 판돈 10만원을 받았다고 쳐. 근데 이걸 곧바로 직장동료들한데 식사대접으로 쐈다면 법적으로 도박죄에 들어가진 않는거지. 딴 돈을 바로 내기목적에 맞게 썼으니까. 그런데 여기서도 당사자의 직업, 경제적인 상태, 상습 여부 등 사회통념 등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애매한 경우가 많아.
그러면 판돈이 100~1000원으로 적어도 도박이되냐고? 그건 아니야. 경찰청 도박사범수사매뉴얼을 보면 10~20만원(화투판에 참여한 사람들이 꺼내놓은 돈의 합)까지는 입건없이 경찰서장의 재량으로 즉결심판을 할 수 있대. 10만원 미만인 때는 훈방할 수 있고. 그러니까 사실 판돈이 아주 적어도 '내기일 뿐 도박이 아니다' 라고 말하긴 힘든거지. 실제로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50대 여성이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치고도 유죄판결을 받은사례가 있다고 해
아무튼 이런저런 논란이 많아서 작년에 경찰청장이 내기와 도박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어. 경찰청장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돈을 갈취할 의사 없이 동료간 가벼운 식사내기 정도는 도박이 아닌 '일시오락'으로 보고 처벌하지 않는다. 자신의 재산에 비해 현저하게 많은 액수나 불법도박사이트 등 특정한 매개체를 이용하면 도박으로 본다" 고 말했다고해.
결국 종합해 보면, 내기냐 도박이냐를 가르는 기준은 자신이 소유한 재산 정도에 따라 큰 돈이 아니어야 하고, 돈을 땄어도 이를 곧바로 내기를 한 사람들에게 식사 대접 등으로 썼다면 법적으로 문제 삼지 않는 '위법성 조각사유(형식상 불법 또는 범죄 행위의 요건을 갖추었으나 위법 또는 범죄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 그 인정하지 않는 사유 )'가 성립된다는거지. 그러니까 사실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르다고 할 수 있지.
◆사람들이 내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 사람들이 자칫하면 도박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내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이건 사실 내기의 합법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는 복권이 유행하는 이유와 비슷하다고해. 저성장이 장기화된 일본의 경우 '다카라쿠지'라고 하는 복권을 사는데 사토리 세대라고 알려진 젊은이들이 엄청나게 많이 몰린다고 하지. '절망의 나라 행복한 젊은이들'이란 책을 쓴 후루이치 노루토시는 이런 젊음이들에 대해 "안주하며 불투명한 미래에 현혹되기 보단 하루 일상에 만족하며 인생의 행복을 찾는다"고 분석하지. 웃자고 하는 내기도 많은데 너무 심각하다고? 그래 맞는 말이야. 사다리타기를 그리는 재미나, 윷놀이를 하는 즐거움, 월드컵 축구에서 누가 이길지 내기걸고 하면 조마조마하는 스릴은 무척 즐거운 거야. 하지만 너무 과하게 하고, 자주 하는 내기는 도박죄로 잡혀갈 수 있다는거 명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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