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후 피해 인정?…석면피해구제제도 개선돼야"
전국석면피해자ㆍ가족협회와 환경보건시민센터, 18일 첫 '전국석면피해자대회' 개최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까다로운 판정절차로 석면피해자들이 사망 이후에나 피해구제대상으로 인정받는 등 석면피해구제제도가 허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석면피해자ㆍ가족협회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8일 오전 '석면피해자대회'를 처음 열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모인 이들은 2011년 시행된 석면피해구제제도 구제 인정절차 간소화ㆍ등급차이 폐지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산업화 시대 각종 건축자재 등으로 널리 활용되던 석면은 유해성이 확인되면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됐다. 또 2009년부터는 사용 자체가 금지됐고, 2010년엔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석면피해구제법'이 제정됐다. 구제법에 따라 '직업성' 석면피해자인 노동자의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로 지원을 받고, '환경성' 피해자인 시민은 석면피해구제제도로 긴급구제를 받게 된다.
하지만 석면피해자들이 산재나 피해구제제도의 대상으로 인정받기까지 적지 않은 절차와 시간이 필요한 반면, 석면질환의 진행속도는 빨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1994년 이후 석면피해자로 산재인정을 받은 노동자는 2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들은 "정부는 산재와 피해구제제도로 피해자들을 구제한다고 하지만 다수의 노동자들은 산재인정을 받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것이 현실"이라며 "심지어 인정받기까지 시간이 오래걸려 사망한 후에나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성 석면피해자들을 위한 피해구제제도에도 허점이 적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현행법상 환경성 석면피해자들은 등급(1~3급) 순으로 요양생활수당을 지급받는다. 하지만 이중 2~3등급 환자들은 수급기간이 2년으로 제한되고, 추가지원을 받으려면 질환이 심각해져 1등급이 되거나 폐암ㆍ종피종암 등으로 악화돼야 한다.
더 큰 문제는 2009년 전면금지 이전에 석면이 널리 쓰인 만큼, 앞으로 잠복기인 20~30년 간 석면피해자가 증가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들은 "석면질환은 잠복기가 있어 노출직후 당장 피해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30~40년 후에 누구나 발병될 수 있다"며 "현재 전국에서 고통받는 석면질환자와 유족이 장차 우리들의 모습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이날 석면피해자와 유족, 시민사회는 ▲석면피해자 산재ㆍ구제 인정절차 신속ㆍ간소화 ▲석면폐 등급차이 폐지 ▲환경성 석면질환구제ㆍ직업성 산재보상 간 차이 폐지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죽은 다음에야 인정되고, 낫지 않는 병임을 알면서도 요양생활수당을 끊어버리는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며 "더 이상 시민들이 석면에 노출되는 환경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