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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물로 유통된 충무공 유물 ‘징계별책’, 찾긴 찾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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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대전) 정일웅 기자] 덕수이씨 종가에서 충무공 이순신의 유물 ‘장계별책(표지명 충민공계초)’을 훔치고 장물업자 등을 통해 국립해양박물관에 팔아넘긴 피의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장계별책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왕실에 올린 보고서를 모은 책으로 난중일기, 임진장초 등과 함께 국보급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1960년대 분실된 이후 올해 4월경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 자료는 현재 해양박물관에서 맡아 보관하는 중이다.
그러나 경찰수사 결과 해양박물관에 있는 ‘장계별책’이 타의에 의해 유출된 정황이 확인되면서 향후 소유권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실제 덕수이씨 종가와 해양박물관 측은 각자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007년 ‘장계별책’ 등 고서적을 훔친 뒤 2011년까지 충남 천안 소재 자신의 주거지 창고에 은닉한 김모씨(55)와 이 무렵 김씨로부터 자료를 사들인 후 문화재 경매 사이트를 통해 재판매한 문화재 매매업자 세 명을 검거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7년 6월 초순쯤 같은 교회에 다니는 이순신 장군 15대 종부로부터 집안을 정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 종가에 방문, 수백권의 서적을 고물상에 폐기하는 과정에서 고서적 112권을 골라 은닉한 혐의다.
이후 김 씨는 조모씨(67), 정모씨(71), 또 다른 김모씨(54) 등 문화재 매매업자에게 자료를 넘겼고 이들은 종가에서 유출된 자료들 중 일부를 경매 사이트를 통해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해양박물관은 지난 2013년 4월 ‘장계별책’ 한권을 취득했다.

되찾은 ‘장계별책’은 1592년~1594년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작성한 상황보고서(장계) 68편을 별도로 엮은 초본(원본에서 일부 발췌)으로 당시의 날짜별 기록과 오성 이항복(병조판서)이 이순신 장군에 대해 쓴 내용 등이 수록돼 있다. 학자들은 ‘장계별책’이 이순신 장군의 사후인 1622년 국가기관에 의해 필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 자료에 임진장초(국보)에는 없는 12개 장계가 수록된 점과 임진왜란 당시 왜군 상황, 장수들의 사망 및 부상 현황, 일본진영의 피해현황 등이 자세하게 기술돼 있는 점 등을 들어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장계별책’은 이순신 장군의 사후인 1622년 국가기관에 의해 필사된 것으로 알려져 의미가 더 크다는 설명이 더해진다.

이와 별개로 덕수이씨 종가에서 유출된 ‘장계별책’을 해양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다는 경찰 수사결과는 양측 간의 소유권 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높다.

실제 종가와 일부 문화재 전문가들은 문화재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장계별책’을 종가에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해양박물관은 ‘장계별책’이 아직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 않은 점과 도난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반환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같은 이유로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소유권 분쟁은 향후 민사소송으로 번져갈 공산이 크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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